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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우 이즈 굿> '지금'의 소중함, 유언 목록, 내면 독백

by borybory-click 2025. 7. 9.

영화 &lt;나우 이즈 굿&gt; 관련 사진

  • 개봉일:  2012. 11. 08.
  • 장르: 드라마, 멜로
  • 평점: 8.86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3분
  • 감독: 올 파커
  • 주연: 다코타 패닝, 제레미 어바인, 카야 스코델라리오

 

1. <나우 이즈 굿> 속 '지금'의 소중함

영화 <나우 이즈 굿>은 단순히 한 소녀의 죽음을 다룬 감성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주인공 테사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의 가치와 소중함을 강하게 이야기한다. 백혈병이라는 병을 진단받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소녀가 자신의 삶을 마지막까지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따라가는 이 영화는, 죽음을 앞둔 이가 남긴 기록이자, 살아있는 모든 이들이 새겨야 할 인생의 지침서처럼 다가온다.

전체 서사 구조는 테사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그녀가 치료를 포기한 시점부터 시작된다. 더 이상의 약물치료나 병원 입원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테사는,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영화는 전형적인 죽음을 다루는 비극적 플롯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갈망하는 인물의 눈을 통해 ‘살아 있음’의 의미를 집요하게 묻고, 그것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테사가 작성한 버킷리스트는 그 자체로 영화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중심축이 된다. "사랑에 빠지기", "법을 어기기", "섹스하기", "유명해지기" 등 다소 과감해 보이는 리스트는, 병든 몸을 가진 소녀가 아니라 삶을 꿈꾸는 십 대 소녀로서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리고 이 리스트를 따라가는 동안 관객은 테사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평범했던 거리의 불빛, 매일 보던 창밖 풍경, 손끝에 닿는 바람 하나까지도 모두가 새롭게 느껴진다. <나우 이즈 굿>의 서사 구조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시간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테사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되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안정기를 맞기도 한다. 죽음은 언제 도래할지 모르는 막연한 공포로 존재하고, 대신 ‘지금 이 순간’만이 분명하고 확실하다. 그래서 영화는 시간을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여가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가 지금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또 다른 방식은 ‘관계’의 묘사다. 특히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감정선은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순간의 소중함 속에서 더욱 깊이 있게 전개된다. 테사의 아버지는 그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때론 집착적으로 보일 만큼 딸의 상태에 과도하게 반응하지만, 그 모든 행동은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반대로 테사의 어머니는 감정 표현이 서툴러 겉으로는 무관심한 듯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테사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테사와 애덤의 관계는 영화의 감정선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애덤은 테사의 옆집에 사는 청년으로, 처음엔 그녀의 병을 부담스러워하지만 점점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테사는 애덤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 임을 확인하고, 마지막까지 소중한 감정을 간직한 채 삶을 정리해 나간다. 이 부분에서도 영화는 미래의 희망이나 환상이 아닌, ‘지금 사랑하고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다. 감독은 전체적으로 감정의 과잉을 경계하며, 절제된 연출로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배경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고,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나 숨죽인 현악기로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이는 ‘지금’이라는 주제가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고요히 응시하고 머무르게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은 테사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지만, 화면은 어둡지도, 절망적이지도 않다. 테사는 애덤, 가족,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조용히 눈을 감고, 영화는 그녀가 기록해 온 일기를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며 마무리된다. 그녀의 일기 속 문장은 관객의 심장을 두드린다. “살고 싶다. 그리고 살고 있다. 지금.”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삶은 더 뜨거워졌고, 영화는 그 순간들을 찬란하게 남긴다. 영화는 백혈병이라는 질병과 시한부라는 설정을 통해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설정은 ‘삶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우리는 늘 미래를 걱정하거나 과거를 후회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한다. 살아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확실한 삶이라는 것을. 어떤 위로나 철학보다 더 깊이 가슴에 와닿는 메시지다.

<나우 이즈 굿>의 서사 구조는 그래서 특별하다. 삶의 끝자락에서 되묻는 것이 아닌, 하루하루를 온전히 채우는 방식을 통해 인간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테사는 비극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삶을 가장 밝게 살아낸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녀가 보여준 태도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시간을 지나가고 있는가.

 

2. 테사의 유언 목록이 의미하는 인생의 진실

영화 <나우 이즈 굿(Now Is Good)>은 시한부 소녀 테사의 삶을 통해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오히려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특히 이 영화의 핵심 구조이자 감정의 중심축이 되는 요소는 테사가 작성한 ‘버킷리스트’, 즉 유언 목록이다.

테사는 17살의 나이에 백혈병 말기 판정을 받은 시한부 청소년이다. 그녀는 의학적 치료를 거부하고, 자신의 남은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기 위해 리스트를 작성한다. 이 리스트는 한 편의 시처럼 구성되어 있다. “법을 어기기, 사랑에 빠지기, 섹스하기, 유명해지기…” 그녀의 유언 목록은 때로는 엉뚱해 보이고, 때로는 너무 어른스럽기도 하며, 때로는 참 단순하고 소박하다. 이 영화에서 유언 목록이 단순한 스토리 진행 장치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철학적 시선으로 기능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테사의 리스트는 처음에는 다소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들로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녀가 경험하는 감정과 사람들로 인해 목록이 변화한다. 즉, 유언 리스트는 테사가 인생의 ‘형식’을 흉내 내려다 결국 ‘본질’에 다다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테사의 목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한 욕망에서 관계 중심으로 전환된다. 애덤과의 사랑을 경험하고, 아버지와의 화해를 시도하며, 친구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것까지, 그녀의 리스트는 ‘무엇을 하겠다’에서 ‘누구와 함께 하겠다’는 방향으로 변해간다. 이는 인간이 삶에서 정말 갈망하는 것이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경험을 함께 나누는 대상’ 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 리스트는 관객에게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를 묻게 만든다. 죽음을 앞둔 이가 남긴 리스트를 보면서, 우리는 단지 안타까움이나 연민만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삶에 대한 자문으로 이어진다. 테사의 리스트는 그 자체로 관객의 내면을 흔들어놓는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영화는 이 유언 목록을 하나하나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슬픔보다는 ‘성취감’과 ‘자기 존재의 증명’을 강조한다. 테사는 남들이 보기엔 불쌍한 시한부일지 모르지만, 본인은 매일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리스트를 체크해 나간다. 그녀에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끝을 인식함으로써 비로소 선명해지는 삶의 경계선이다. 버킷리스트라는 요소는 사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사용된다. 그러나 <나우 이즈 굿>에서 유언 목록은 단지 ‘해야 할 일’의 나열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과 가치, 감정의 변화,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자세까지 드러내는 정서적 언어다. 테사는 이 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남기려 한다. 더불어 이 리스트는 테사의 인생을 단축시킨 백혈병이라는 병을 이기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녀는 병에 의해 좌우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원했다. 리스트는 그 의지의 표현이었고, 이 과정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영화는 테사의 유언 목록을 통해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은 ‘지금을 사는 용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테사의 유언 목록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비극적 서사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의 메타포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삶을 탐구하고, 슬픔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한 소녀의 투쟁은 유언이라는 단어의 무거움을 가볍게 던져버린다.

결국 <나우 이즈 굿>은 테사의 유언 목록을 통해 죽음이라는 주제를 삶의 주제로 전환한다. 그녀는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죽음이 오기 전까지의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사람이다. 그녀의 리스트는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법을 보여주는 지침이 된다.

 

3. 테사의 내면 독백

영화 <나우 이즈 굿(Now Is Good)>은 단순한 청춘 로맨스나 시한부 소녀의 비극을 그리는 작품이 아니다. 이 영화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그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관객의 마음 깊은 곳을 조용히 두드린다.

테사는 17세, 백혈병 말기. 인생이 시작되기도 전에 끝을 마주하게 된 한 소녀가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써 내려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속삭이듯 전하는 독백은, 그녀의 불안, 갈망, 분노, 사랑, 그리고 수용까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영화는 그녀의 외면뿐 아니라 내면을 꾸준히 따라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감정에 이입하게 만든다. 테사의 내면 독백은 때로는 일기처럼,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고백처럼 흐른다. 이 내레이션은 단지 줄거리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테사의 존재를 온전히 드러내는 도구이며, 관객이 그녀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이처럼 테사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뜨겁다. 내면 독백이 주는 가장 큰 힘은 ‘정직함’이다. 테사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감정의 굴곡을 겪는다. 처음에는 분노와 혼란, 그다음은 부정과 체념, 그리고 마지막에는 수용과 평온이 찾아온다. 그녀의 속마음은 여느 10대 소녀와 다르지 않다. 친구들과 티격태격하고, 부모에게 반항하고, 사랑 앞에서 두근거리는 모습 속에는 사실 더 오래 살고 싶은 욕망과, 남겨질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뒤섞여 있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테사의 독백은 점점 더 짧고 간결해진다. 그 짧은 문장 속에 담긴 의미는 오히려 더욱 깊어진다. 이는 감독이 선택한 매우 섬세한 연출이며, 내면 독백을 통해 테사의 육체적 소멸과 내면적 성숙을 동시에 보여준다. 내면 독백이 관객에게 주는 감정 선율은 언어적 리듬뿐 아니라, 영화의 영상미와 음악, 연기와 어우러져 하나의 ‘감정 조각보’를 이룬다. 특히 테사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전하는 배우 다코타 패닝의 연기는, 이 독백을 살아있는 감정으로 변환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영화에서 테사의 독백은 관객에게만 전달되는 일종의 ‘감정 공유’ 방식이다. 주변 인물들은 그녀가 느끼는 것을 다 알지 못하지만, 관객은 안다. 그녀가 사랑을 꿈꾸는 순간,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 생에 대한 갈망으로 무너지는 순간들을 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실시간으로 경험하게 된다. 테사의 내면 독백은 결국 관객 각자의 삶에 돌아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의 삶을 온전히 살고 있나요?”라는 질문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이처럼 <나우 이즈 굿>의 테사는 단순한 주인공이 아니라, 감정의 메신저로 존재한다. 그녀의 내면 독백은 우리 각자에게 보내는 편지이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며,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 꺼내보게 만드는 따뜻한 속삭임이다.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살아있음을 전하고자 했던 테사의 마지막 목소리는 지금도 많은 관객들의 가슴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