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일: 2019. 12. 11.
- 장르: 드라마
- 평점: 9.32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26분
-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 주연: 앤서니 홉킨스, 조나단 프라이스
1. <두 교황>을 통해 본 현대인의 선택과 포기의 미학
2013년 2월, 로마 바티칸에서 울려 퍼진 소식은 전 세계 수억 명의 가톨릭 신자들을 놀라게 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천년이 넘는 교황청 역사에서 자발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그 자체로도 역사적인 사건이었지만, 그보다 더 깊이 있게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건 바로 ‘왜’ 그는 물러났는가였다.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은 그 배경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풀어낸다. 단순한 종교 영화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한 지친 삶과 책임감, 그리고 포기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오늘날 수많은 직장인들이 ‘번아웃(Burnout)’이라는 단어와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무기력함, 지침, 성취감 부족, 삶의 의욕 상실은 더 이상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영화는 놀랍게도, 그런 현대인의 정서와 교황이라는 인물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황의 사임이라는 초유의 사건은 단순히 체력의 한계를 이유로 든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자신이 이끌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조직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결단이었다. 이는 오늘날 번아웃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독일 출신의 뛰어난 신학자이자, 전통적인 가톨릭 가르침을 중시한 보수적 지도자였다. 그는 이성적이고 학문적인 인물이었으며, 감정보다는 원칙을 중시했다. 그러나 그가 교황으로서 짊어져야 했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종교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교회 내부의 성추문과 권위에 대한 의심이 불거지는 가운데, 그는 교황으로서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이 변화하는 시대의 리더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고뇌 끝에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한다. 그의 결단은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거나 도망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선택은 누구보다 깊은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자신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교회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자리를 더 열정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인 프란치스코에게 넘기려는 결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면서도 스스로의 한계를 직시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이는 우리 삶에서도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업무, 관계, 환경 속에서도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에 짓눌리며 버티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내려놓는 것’이 진정한 용기일 수 있다. 그 자리를 비워야 더 나은 무언가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믿음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점차 지치고 무기력해지고 있다. 회사에서의 실적, SNS에서의 반응, 인간관계에서의 평가… 우리는 끊임없이 평가받고 비교당한다. 이러한 문화는 번아웃을 불러오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다. 그리고 교황의 자리 역시, 그에 못지않은 압박과 책임감을 안고 있다. <두 교황>에서 베네딕토 16세는 끊임없이 자신이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고민한다. 과연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자신이 그 길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한다. 이는 성찰의 과정이자, 자기 인식의 결과다. 번아웃을 경험하는 많은 이들은 사실 단순히 피곤한 상태가 아니다. 그들은 ‘내가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의 사임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었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계속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것’ 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요즘 사회에서는 ‘포기’라는 단어가 마치 실패처럼 여겨진다. 무언가를 계속해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두 교황>은 다르게 말한다. 때로는 물러나는 것이, 나보다 더 적합한 누군가에게 자리를 넘기는 것이, 그리고 스스로를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진짜 리더십이라고 말이다. ‘선택’은 언제나 ‘포기’를 동반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동시에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일도 잘하고 싶고, 가족도 챙기고 싶고, 건강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 모든 걸 완벽히 해내려 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을 잃고 만다. 베네딕토 16세는 그 삶의 방향성에서 한 걸음 물러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성찰했다.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기여가 의미 있는지를 다시 정의하고, 그에 맞춰 행동했다. 이러한 태도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사회 모든 관계 속에서 적용될 수 있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 팀장, 부모, 선생님, 심지어 친구 관계 속에서도 ‘내려놓음’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정말 나에게 맞는 자리일까?’, ‘혹시 이 관계가 누군가에게 더 큰 상처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은 포기의 시작이 아니라 성장의 출발점이다. 번아웃은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신호다. 그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달리기만 한다면, 결국 더 큰 무너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교황>은 그 지점에서 ‘포기’라는 선택지가 얼마나 건강하고 지혜로운지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단지 두 명의 교황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고민, 지침, 선택의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번아웃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는 “괜찮다, 멈춰도 된다, 물러서도 괜찮다”는 위로의 메시지이자, 실천 가능한 조언이 된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나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며, 그 멈춤 속에서 진짜 중요한 삶의 가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두 교황>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리더의 자리에서조차 물러설 수 있고, 그 물러섬이 오히려 더 큰 리더십을 낳는다는 것. 그리고 그 용기 있는 선택은 우리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번아웃으로 지쳐 있다면, 그 자체를 실패로 보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 순간이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우리 내면에서 시작된다.
2. 바티칸 배경 영화의 진짜 촬영 장소들 분석
웅장한 건축물과 역사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바티칸은 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해 왔다. 특히 종교, 역사, 철학 등 심오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에서 바티칸은 단순한 배경 그 이상으로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은 실제 바티칸을 무대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촬영의 비밀은 꽤 흥미롭다. 화려하고 정교한 건물들이 화면에 펼쳐질 때마다 관객들은 ‘정말 저곳에서 찍은 걸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데, 실제로 바티칸 내부에서 촬영을 허가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제작진들은 그와 유사한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전 세계 다양한 장소를 선택해 촬영을 진행한다. 이번 글에서는 <두 교황>을 중심으로, 바티칸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의 실제 촬영지를 분석해 보고, 어떻게 현실과 영화 속 공간이 정교하게 결합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두 교황>을 처음 본 관객이라면 ‘이거 진짜 바티칸에서 찍은 거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영화 속 공간은 실제 바티칸과 거의 흡사하게 재현돼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바티칸 내부에서 단 한 컷도 촬영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티칸은 영화나 상업적 영상 촬영에 대해 매우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으며, 종교적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제작진은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쳐 바티칸과 최대한 유사한 장소를 찾았다. 그 결과 선택된 주요 촬영지는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내 다양한 역사적 공간이었다. 특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한 오래된 건축물은 교황청의 실내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넓은 복도, 대리석 바닥, 고풍스러운 가구들은 바티칸의 장엄함을 훌륭히 대체했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 중 하나였던 시스티나 성당 장면도 실제 촬영이 아닌, 정교한 세트 제작을 통해 만들어졌다. 제작진은 로마 외곽에 있는 시네치타 스튜디오에 시스티나 성당 내부를 1:1 스케일로 복원해 냈다. 천장의 미켈란젤로 프레스코화까지 세밀하게 모사하여 관객이 느끼는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이처럼 영화 속 바티칸은 실재 공간과 스튜디오 세트를 정교하게 조합하여 완성된 환상의 결과물이다. 바티칸을 촬영 장소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제작진들은 그 분위기를 구현할 수 있는 대체 장소들을 유럽 전역에서 찾아냈다.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나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와 같은 유명 영화들 또한 바티칸 대신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의 성당이나 박물관, 회랑을 활용해 바티칸의 대체 이미지로 사용했다. 실제로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는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산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 등이 촬영지로 쓰였다. 이들 건물은 외형은 물론 내부 공간에서도 바티칸과 비슷한 고딕 및 르네상스 양식을 간직하고 있어 시청자들이 큰 이질감 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교황>의 촬영에서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지역의 궁전, 로마 교외의 성직자 거주 공간, 아르헨티나 수도의 오래된 도서관 등이 적극 활용되었다. 이런 공간들은 하나의 건물로 모든 장면을 해결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지역의 장소를 교차 편집하여 하나의 ‘바티칸처럼 보이는 세계’를 창조해 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영화는 실제보다 더 이상적이고 극적인 공간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시청자의 감정에 더욱 강력한 울림을 전달하는 데 기여했다. 현실의 바티칸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보안과 규율이 철저한 종교적 장소이며, 그만큼 촬영 허가는 극히 드물다. 그렇기에 영화 속 바티칸을 재현하는 일은 단순한 공간 구현을 넘어서 하나의 예술적 도전이 된다. <두 교황>의 경우, 제작진은 실제 건축가와 미술 전문가, 종교사학자까지 참여시켜 공간 구성에 있어 역사성과 미적 완성도를 높이려 했다. 가령, 교황이 기도하는 장면이나 고해성사를 하는 공간은 단순한 세트가 아니라, 천장 장식, 조명 각도, 벽화의 색감까지 실제 바티칸과 일치하도록 디테일하게 조정되었다. 이러한 세심한 작업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화면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깊이를 더해준다. 번아웃, 용서, 갈등, 화해라는 주제를 다루는 <두 교황>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고, 감정을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바티칸에서 찍지 않았지만, 영화 속 바티칸은 현실보다 더 진실되고 인간적인 공간으로 다가온다. 마치 그 공간이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성당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힘이다.
요즘처럼 촬영 기술과 CG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도, <두 교황>처럼 실제 건축물을 활용해 공간의 질감과 무게감을 살리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영화가 단순한 시각적 스펙터클을 넘어서, 감정과 사유의 깊이를 전하는 매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바티칸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다시 태어나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한 편의 영화가 얼마나 깊이 있는 준비와 고민 끝에 탄생하는지를 알 수 있다.
3. 교황들의 대화에서 배우는 인생의 균형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 두 실존 인물 사이의 대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자칫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종교적 이야기지만, 이 작품은 놀랍도록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영화 속에서 두 교황은 신념, 신학, 리더십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지만, 그 속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고민과도 닮은 지점이 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흔들리는 이유,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지 모를 때 느끼는 혼란, 그리고 그 모든 선택의 중심에 있는 '균형'이라는 개념을 이 영화는 섬세하게 풀어낸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오랜 시간 동안 가톨릭 교리를 지켜온 보수적 인물이다. 그는 질서와 전통, 철저한 학문적 사고를 바탕으로 교회를 이끌어왔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틴 아메리카의 사회적 현실 속에서 자라났고, 보다 실용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소외된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며, 열린 교회를 지향한다. 두 인물의 철학은 분명 다르지만,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입장을 되짚어보며, 결국은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된다. 바로 '사람을 위한 교회', '공감과 용서의 공동체'라는 방향이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두 거장의 대화를 통해 마치 관객 스스로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들의 대화는 교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위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실패나 실수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한다. 특히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이 영화는 '멈춰도 괜찮다',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건넨다. 프란치스코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솔직히 고백한다. 군부 독재 시절, 자신이 침묵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던 무력감. 그는 이 고백을 통해 스스로를 용서받고자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 모습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실수와 후회에 대처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로부터 어떤 통찰을 얻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반면,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서의 무게감에 짓눌려 있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교회를 이끌어갈 힘이 없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자리를 내려놓는다. 교황의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매우 드문 일이며,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었다. 그가 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리더로서의 책임감, 자기 인식, 그리고 조직을 위한 희생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리가 조직에서, 혹은 가정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을 때 쉽게 내리기 어려운 선택을, 그는 조용하고 단단하게 해낸다. 그것은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전략적 균형의 선택이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두 인물 사이의 긴장감은 점점 인간적인 교감으로 변해간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심지어 축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더 이상 '교황'이라는 타이틀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마주 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장면들은 우리 삶 속에서의 관계 맺기 방식과 닮아 있다. 처음엔 다르고 불편해 보이지만,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엔 공감과 유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균형이란 이러한 조율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단순히 중립적인 위치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끌어안는 포용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이라는 개념에 집착하지만, 정작 진짜 균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균형이란 시간을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일이 삶보다 중요할 수 있고, 가족보다 자신이 우선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순간순간 나에게 진짜로 필요한 선택을 하고, 거기에서 오는 무게를 감당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두 교황의 대화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맞이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지를 말해준다. 프란치스코가 말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는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만든다. 성공이나 명예보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 결과보다는 과정,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은 단지 종교인의 가르침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삶의 태도로 읽힌다. 베네딕토는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신념을 지키며, 양보하는 법을 선택한다. 서로 다른 두 인물이 결국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모습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가며 얻어야 할 진정한 균형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는 결국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균형을 찾는 법'이다. 두 교황의 대화는 끝내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들은 토론하고, 회의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자체라는 걸 보여준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 질문하고 성찰하며 살아가는 것. 그 안에서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돌아서며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인생의 균형 아닐까.
삶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타인의 기대와 경쟁 속에서 흔들릴수록, <두 교황>이 전하는 조용한 대화의 힘은 더욱 필요해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무게를 버리는 법’, ‘자신을 돌아보는 법’, 그리고 ‘내려놓는 용기’를 배운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배움이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지혜다. 그리고 그 지혜는 바로, 균형 잡힌 인생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