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봉일: 2021. 01. 27.
- 장르: 코미디
- 평점: 8.49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2분
- 감독: 올리비아 와일드
- 주연: 케이틀린 디버, 비니 펠드스타인
1. <북스마트> 엔딩 장면
넷플릭스나 왓챠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영화 <북스마트(Booksmart)>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하이틴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결말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굉장히 섬세하고 진심이 담긴 작품이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주인공들의 감정선과 성장 서사가 완성되는 순간으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북스마트>의 엔딩 장면을 중심으로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분석해 보고, 왜 이 영화가 단순한 하이틴 영화 그 이상으로 평가받는지 깊이 있게 살펴보려 한다.
<북스마트>는 졸업 전날 밤, 그동안 공부에만 매달려온 두 여고생이 '마지막 날만큼은 놀아보자'며 벌이는 하룻밤의 소동을 그린다. 등장인물은 물론 서사도 다소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10대 후반의 인생 전환점을 매우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이 진심은 엔딩 장면에서 극적으로 빛을 발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에이미가 비행기를 타기 전, 몰리를 공항에 데려다주며 둘의 감정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그려진다. 그동안 함께 붙어 다니던 단짝 친구가 각자의 길을 가는 순간, 시청자는 이들이 얼마나 특별한 관계였는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는 인물들의 얼굴을 차분하게 따라가며 말없이 감정을 전달한다. 바로 이 '절제'가 북스마트 엔딩의 핵심이다. 억지로 울게 만들거나, 강렬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은 자연스럽게 울컥하게 된다. 에이미가 보딩 게이트로 사라지고, 몰리가 차를 타려는 순간 다시 에이미가 뛰쳐나와 “태워달라”라고 말하는 장면은 엔딩을 전환시키는 작은 반전이다. 그저 감성적인 이별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다시 유쾌한 텐션으로 바뀌며, 영화 전체의 정서를 정확히 반영한다. <북스마트>는 이별과 성장, 그 속의 아쉬움과 희망을 모두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짧은 몇 초의 장면은 그런 감정들이 결코 슬픔으로만 귀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감정선의 변화는 물론이고, 캐릭터의 심리적인 성장도 엔딩 장면에 잘 녹아 있다. 몰리는 처음에는 에이미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황하지만, 끝내 에이미를 응원하게 된다. 에이미 역시 자신이 몰리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불안했지만, 결국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받으며 자신의 길을 간다. 이 장면은 단순한 우정의 이별이 아니라, 자립과 독립에 대한 선언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관계의 거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북스마트의 엔딩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또한 이 장면은 영화 내내 보여줬던 유머러스한 리듬을 잃지 않고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대부분의 하이틴 영화들은 이별이나 감동적인 순간에 무게감을 실기 위해 슬픈 음악이나 느린 장면 전개를 사용한다. 하지만 <북스마트>는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이는 감독 올리비아 와일드의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진지함과 위트를 동시에 잡는 균형 감각은 많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 장면이 마치 '진짜 대화'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대본 같지 않은 대사, 일상적인 리듬, 그리고 어색함 없이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은 마치 실제로 친구를 배웅하는 날의 풍경과도 같다. 이 진짜 같은 연출은 <북스마트>가 오히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몇 분은 관객에게 큰 사건이 아닌, 작은 감정의 여운을 선물한다. 그리고 이 여운이 영화 전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북스마트>의 엔딩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정리하는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때로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을 슬퍼하고, 그 시간을 붙잡고 싶어 하지만 결국은 각자의 길로 떠나야 한다. 이 영화는 그런 감정들을 가볍게 던지지 않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작품이다. 웃으면서 이별할 수 있고, 울면서도 앞을 향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무리다. 이러한 연출과 메시지는 북스마트를 단순한 청춘 영화가 아닌, 세대와 문화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준다. 특히 지금의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Z세대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 자아의식, 우정과 독립 사이의 균형 등을 매우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작품의 정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북스마트>의 엔딩 장면은 단순한 해피엔딩이나 감정 소모를 위한 장면이 아니다. 이는 캐릭터들의 성장을 완성시키고, 영화 전반에 깔린 핵심 메시지를 집약적으로 전달하는 장면이다. 우정은 지속되지만, 삶은 각자의 방식으로 계속된다는 점을 매우 따뜻하고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엔딩이다. 이런 진심 어린 마무리가 있었기에 <북스마트>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작품이며, 단순히 웃긴 영화로 소비되지 않고 마음에 남는 영화로 기억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영화 <북스마트>의 엔딩 장면에 대한 해석을 마친다. 이런 섬세하고도 유쾌한 결말이 있었기에, 우리는 주인공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들의 성장을 마치 우리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오늘도 그런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북스마트>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2. 캐릭터별 스타일링
영화 한 편이 기억에 오래 남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스타일’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시각적인 매력은 이야기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북스마트(Booksmart)>는 단순한 하이틴 코미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캐릭터 개개인의 개성을 시각적으로 정교하게 표현해 낸 패션과 스타일링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실제로 이 영화는 ‘Z세대의 리얼한 패션’을 담았다는 평가와 함께 다양한 리뷰에서 스타일 아이콘으로 회자되고 있다. 캐릭터 각각의 의상 선택, 액세서리,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하나하나가 대사처럼 느껴질 만큼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인물의 정체성과 감정, 관계성을 암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주인공 몰리와 에이미는 서로 가장 가까운 친구지만, 스타일링에서는 명확하게 다른 방향을 가진다. 몰리는 타이트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스타일을 고수하며, 주로 블라우스나 단정한 재킷, 클래식한 아이템을 선택한다. 이는 몰리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통제욕, 학업 중심의 삶, 스스로에 대한 높은 기준을 반영하는 패션이다. 그녀는 학교 내에서 자신을 ‘성공적인 여학생’으로 브랜딩 하고 있으며, 그 이미지를 의상으로 완성해 낸다. 그녀의 패션은 또래보다 다소 어른스럽지만, 동시에 사회적 인정과 리더십을 추구하는 성격을 보여준다. 에이미는 몰리와는 확연히 다른 감성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보다 내추럴하고 중성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셔츠를 겹쳐 입거나 넉넉한 핏의 점퍼, 편안한 팬츠를 주로 입고, 밝고 튀는 색보다는 톤다운된 계열을 선택한다. 에이미의 패션은 자신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내성적인 성격과,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담겨 있다. 그녀의 스타일은 ‘꾸미지 않음’이라는 선택을 통해 오히려 더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관객은 에이미의 의상에서 자유롭고 담담한 에너지, 그리고 때로는 복잡한 내면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패션은 단순한 옷차림이 아니라,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수단이다. 주연 이외의 조연 캐릭터들도 스타일링에서 결코 가볍게 다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가장 ‘인싸’로 통하는 호프는 전형적인 틴 무비 속 인기녀 캐릭터와는 다른 스타일로 등장한다. 그녀는 몸에 딱 붙는 화려한 옷보다, 자신만의 톡톡 튀는 유니크한 아이템을 선택한다. 오버사이즈 재킷, 파스텔 계열의 컬러 믹스, 다양한 액세서리를 활용한 레이어링은 호프가 단순히 외모로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자기표현에 능한 캐릭터임을 강조한다. 특히 호프가 클럽 장면에서 입는 의상은 극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스타일링 중 하나로, ‘어른스러움’과 ‘위트’가 공존하는 인상을 준다. 이 외에도 자레드, 지지, 닉 등의 조연 캐릭터들 역시 각자의 개성과 배경을 의상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자레드는 겉으로는 돈 많고 철없는 이미지지만, 그의 패션은 과장되고 유치해 보일 정도로 비싼 옷을 엉뚱하게 매치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유도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레드의 외로움과 진심이 숨어 있다. 그는 옷을 통해 관심을 갈구하고, 또래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쓴다. 이처럼 겉으로는 유머를 위한 장치 같지만, 실제로는 정서적인 결핍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다. 반면 지지는 몽환적인 스타일과 다채로운 색감을 활용한 옷차림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지지의 스타일은 즉흥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성격을 옷으로 표현한 결과다. 무대의상처럼 보이는 코트, 과감한 패턴, 화려한 메이크업은 캐릭터에 ‘연극성’을 부여한다. 지지는 현실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존재처럼 묘사되며, 이는 스타일링의 힘으로 완성된다. 영화의 스타일링이 진짜 빛을 발하는 순간은 졸업파티 씬이다. 등장인물 모두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장면에서 스타일링은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특히 몰리와 에이미가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차려입은 모습은 그들의 변화와 성장의 상징이다. 몰리는 드레스를 입되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절제된 화려함을 선택하고, 에이미는 평소보다 좀 더 여성스럽고 유연한 룩을 시도한다. 이 씬에서는 의상이 단순히 ‘예쁜 옷’이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둘의 스타일링은 마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감독 올리비아 와일드는 이 영화를 통해 단순히 ‘잘 만든 하이틴 코미디’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는 캐릭터 개개인의 정체성과 내면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에 스타일링을 적극 활용했다. 이는 마치 옷이 대사처럼 기능하는 순간들이며,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감정선과 심리를 따라가게 된다. 의상 디자이너 에이미 윌리엄스(Aymée Williams)의 손길 역시 돋보인다. 그녀는 “의상으로 캐릭터의 배경, 가치관, 심리상태까지 말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영화 속 옷들은 단순히 예쁘거나 유행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제로 설계된 것들이다. 이러한 스타일링은 콘텐츠로서도 높은 활용 가치를 지닌다. 실제로 유튜브, 블로그, SNS 등에서 <북스마트> 캐릭터의 패션을 따라 하는 영상이나 룩북 콘텐츠가 다수 제작되었으며,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몰리룩’, ‘에이미룩’ 같은 검색어가 생성되기도 했다. 이는 영화가 단순히 소비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재료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스마트의 스타일은 단지 영화 속 의상이 아니라, Z세대가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작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스마트>의 캐릭터별 스타일링은 단순한 미장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각 인물의 성격, 배경, 감정 상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견고하게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옷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스타일을 통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북스마트의 패션은 단지 멋있고 트렌디한 것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이처럼 스타일링 하나에도 깊은 고민이 담긴 작품이기에, <북스마트>는 단순한 하이틴 영화가 아닌, 현대 청춘의 정체성을 담아낸 ‘시각적 텍스트’로 읽힐 수 있다.
3. <북스마트>가 전달하는 청춘의 메시지
많은 영화들이 청춘을 이야기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현실의 청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은 많지 않다. 대개는 너무 낭만적으로 포장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선으로만 다룬다. 그러나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북스마트(Booksmart)>는 그 중간 지점을 절묘하게 잡아냈다. 이 영화는 단순히 10대의 성장담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우정, 자아, 불안’이라는 감정의 흐름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진짜 같은 느낌’ 때문이다. 꾸미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북스마트>는 청춘의 결을 정확하게 짚어낸 영화다.
영화는 미국 고등학교 졸업 전날, 평소 공부에만 매달려온 두 친구 몰리와 에이미가 ‘우리도 한 번쯤은 놀아봐야 하지 않겠어?’라는 생각으로 벌이는 하룻밤의 여정을 그린다. 그 하루 동안 이들은 학교에서의 위계, 친구들과의 관계, 자신이 세운 신념,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감정을 하나하나 직면하게 된다. 이야기는 코믹하게 흘러가지만, 그 안에는 많은 무게가 숨어 있다. <북스마트>가 전달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청춘기에 있는 이들에게 이 메시지는 무척 중요하다. 몰리처럼 완벽함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옭아매는 인물에게도, 에이미처럼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이에게도, 이 말은 곧 해방이다. 몰리는 전교 1등에 학생회 활동까지 모두 챙기는 ‘성공 지향형’ 인물이다. 그녀는 명문 예일대 입학을 앞두고 있고, 친구들보다 자신이 더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믿는다. 하지만 영화 중반, 본인이 무시했던 친구들 역시 모두 좋은 대학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혼란을 겪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반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몰리는 그동안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다고 믿으며, 다른 선택을 한 친구들을 무시해 왔다. 하지만 그 믿음이 흔들리면서, 진짜 청춘의 감정이 드러난다. 자신이 정답이라 믿었던 것이 더 이상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많은 10대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다. 영화는 이 순간을 통해 성공과 경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든다. 에이미는 또 다른 의미에서 청춘의 불안함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몰리보다 내성적이고, 성적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고,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한다. 파티에 가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도 그녀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에이미의 이야기는 많은 청소년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망설이게 만드는 큰 벽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에이미의 변화를 천천히 보여준다.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낯선 공간에서 당당하게 행동하려는 장면은 소리 없이 울림을 준다. <북스마트>는 이 과정을 ‘성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시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 바로 그 점이 진짜 청춘의 본질에 가깝다. 이 영화는 또 우정에 대해서도 솔직한 시선을 던진다. 몰리와 에이미는 최고의 단짝이지만,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한 나머지 정작 진짜 마음은 공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둘의 갈등은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각자가 품고 있던 감정의 균열이 표면 위로 드러난 결과다. 우리는 친구와 모든 걸 공유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 쌓인 감정이 쉽게 터질 수도 있다. 영화 후반, 둘이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은 오히려 진짜 친한 친구 사이에서만 가능한 감정의 폭발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후 다시 손을 잡는 장면은, 말없이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의 깊이를 표현한다. <북스마트>가 그리는 우정은 단순한 ‘둘이 함께면 뭐든 가능해’ 같은 로맨틱한 묘사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지닌 두 사람이 얼마나 노력하고, 때로는 부딪히며 관계를 유지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또한 청춘의 본질적인 감정 중 하나다. <북스마트>가 특별한 이유는, 청춘을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비관적으로 그리지도 않는 그 균형감에 있다. 대부분의 하이틴 영화가 주인공을 ‘영웅’처럼 만들거나, 모든 문제를 환상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맺는 반면, 이 영화는 그저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리고 그 울림은 우리 모두가 지나온 시절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누구나 한 번쯤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을 초라하게 느꼈고, 때로는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솔직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북스마트>는 그런 모든 감정을 인정하고,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사 중 하나는 “우린 뭐든 할 수 있어, 하지만 다 할 필요는 없어”이다. 이 말은 요즘 세대에게 특히 필요한 위로다. 끊임없이 비교되고, 무언가를 ‘이뤄야만 하는’ 압박 속에서 살고 있는 청춘들에게 이 메시지는 다정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갖는다. 우리는 많은 걸 하고 싶어 하지만,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때로는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더 큰 용기다. 이 영화는 실패를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실패해도 괜찮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게 청춘이라고 말한다. 또한 <북스마트>는 여성 캐릭터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하이틴 영화에서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많지만, 그들이 복잡한 내면과 주체적인 선택을 보여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 영화는 단순히 ‘여학생들의 우정’이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가 독립적인 서사를 지니고 있으며, 서로 다른 고민과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는 젠더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주인공들이 소녀라는 점은 중요한 포인트지만,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모든 세대, 모든 성별에게 유효하다. 결국 <북스마트>는 유쾌한 코미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삶의 중요한 진실들이 조용히 녹아 있다. 누구나 불완전하고,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으며, 때로는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아도 결국엔 조금씩 나아간다는 사실. 이 영화는 그런 감정을 유머와 진심을 섞어 가볍지만 깊이 있게 풀어낸다. 그래서 더 오래 남고, 더 많이 회자된다.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저랬지’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북스마트>가 전하는 청춘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때로는 실수하고 넘어져도 그것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 모든 순간이 쌓여 결국 하나의 인생이 되고, 그 인생은 결코 정답이 하나뿐인 시험지가 아니다. 이 영화는 그렇게 말해준다. 청춘은 한 방향만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감정과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기라고. 이러한 진심이 있었기에 <북스마트>는 단순한 하이틴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웃고, 울고, 위로받고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기는 좋은 영화이며, 청춘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해주는 따뜻한 거울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