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일: 2016. 11. 02.
- 장르: 멜로, 로맨스
- 평점: 8.91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10분
- 감독: 니티왓 다라톤
- 주연: 레일라 분야삭, 비 스크릿 위셋케우
1. 위로가 아닌 공감을 택한 교사의 선택
영화 <선생님의 일기>는 말 그대로 ‘일기’라는 사적인 공간을 통해 한 교사의 내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지점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수많은 행동들 중에서 무엇이 진짜 진심이며, 무엇이 관성적 역할 수행에 불과한지를 날카롭게 구분해 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위로’가 아닌 ‘공감’을 택한 교사의 선택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선택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한국 교육이 놓여 있는 현실, 교사와 학생이 느끼는 거리감, 그리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작동되는 수많은 억압 속에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식의 근본적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 교사를 ‘지켜보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아이가 잘못했을 땐 혼내고, 잘했을 땐 칭찬한다. 문제는 이 시선이 대부분 ‘위에서 아래를 향한 것’이라는 데 있다.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고,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의 일기>는 그런 수직적 관계를 전복한다. 교사는 아이보다 먼저 흔들리고, 먼저 고독하며, 먼저 상처받는다. 그리고 그 감정을 감추지 않고 학생과 나누는 과정을 통해, 교사도 성장하는 존재이며, 교육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감정의 상호작용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중심에 있는 교사는, 위로라는 쉬운 선택을 거부한다. 흔히 교사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말 중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은 “괜찮아, 다 그런 거야”, “지나가면 별일 아니야” 같은 문장들이다. 그러나 이 교사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울고 있는 아이 앞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억지로 끌어안지도 않는다. ‘내가 도와줄게’라고 하지 않고,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무르며 말없이 함께 아파해주는 선택을 한다. 이 차이는 미묘하지만, 아이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는 전혀 다르다. 위로는 어쩌면 교사 입장에선 더 쉽고 빠른 선택일 수 있다. 아이가 아파하면 달래주고, 울면 다독이며, 웃게 해 주려는 마음은 인간적인 본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때로는 자신의 불편함을 회피하기 위한 감정적 방어일 수도 있다. 아이의 눈물을 오래 마주 보는 일은 고통스럽다. 그 눈물 속에 자신의 무력감, 무능함, 책임감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을 위해’ 위로의 말을 건넨다. 영화 <선생님의 일기>는 바로 이 부분을 정직하게 파헤친다. 교사가 학생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선, ‘해결사’가 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해결하려 들지 않고, 그저 곁에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영화 속 주인공 교사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안다. 그래서 학생이 고통을 털어놓을 때, 그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며, 충고하지도 않는다. 이 모습은 교육 현장에선 매우 보기 드문 장면이다. 대부분의 교사는 문제를 ‘지도’하고 ‘처리’하는 쪽으로 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교사는 아이의 감정을 끌어안는 대신, 그 감정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내어준다. 감정은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학급이라는 공간은 대부분 성과와 규율, 시간표와 학습계획으로 가득 차 있어 정서가 머물 자리를 찾기 어렵다. <선생님의 일기>에서 교사는 자신의 교실을 감정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 아이가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 복도에서 멍하니 있는 장면, 일기장을 붙잡고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순간들을 교사는 무시하지 않는다. 그는 그런 순간들을 ‘무의미’로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교육적인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 교사 스스로가 감정을 억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부, 교사는 자신이 쓴 일기를 다시 꺼내본다. 거기엔 아이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자신의 고독과 피로,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지도 일지’나 ‘학급 운영 기록’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붙잡기 위한 도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그런 교사의 진심을 느낀다. 교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손을 잡지 않아도, 공감이라는 감정은 비언어적으로 전해지는 법이다. 이 영화를 보며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지금 교육현장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정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인간적인 시선과 정서적 공간이다. 공감은 프로그램으로 훈련될 수 없고, 정책으로 설계될 수도 없다. 그것은 한 교사의 결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위로라는 손쉬운 방식 대신, 상대의 아픔을 온전히 받아들일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힘은 높은 평가점수나 연차가 아니라, 교사로서 살아온 매일매일의 선택에서 나온다. <선생님의 일기>는 큰 사건이 없는 영화다. 폭력적인 사건이나 눈에 띄는 극적인 전환도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묘사하는 감정의 파장은 크다. 우리가 교실이라고 불렀던 공간 속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갈등, 소외, 좌절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교사라는 존재가 단순히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정서적 동행자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교사는 위로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때로는 그 위로가 더 깊은 외로움을 만들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의 고통이 쉽게 위로될 수 있는 것처럼 다뤄지는 순간, 자신이 ‘잘못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교사가 “힘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래”라고 마음속으로 함께해 주는 것이다. 영화 속 교사가 보여준 바로 그 태도처럼 말이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누군가의 감정을 마주할 때, 위로와 공감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은 진심인가, 책임감인가, 아니면 불편함을 피하려는 습관인가. <선생님의 일기>는 그 어떤 교과서보다 강하게 이야기한다. 진짜 교육은 관계의 깊이에서 태어나며, 그 중심엔 늘 감정이 흐르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은 말이 아니라, 함께 머물러주는 시간에서 생긴다는 것 말이다.
2. <선생님의 일기> 속 울지 않는 교사
영화 <선생님의 일기>는 소리 없이 스며드는 감정의 영화다. 이 작품은 특별히 극적인 장치 없이도, 한 인물이 품고 있는 감정의 무게와 교육 현장 속 고요한 절망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교사, 울지 않는 교사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늘 침착하고 학생들에게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교사.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진정한 강인함이 아니라 ‘감정 표현이 허락되지 않는 위치’에서 오는 고립감이라는 사실이 천천히 드러난다.
우리는 흔히 교사의 역할을 감정과는 거리를 두는 위치라고 인식한다. 학급을 이끄는 리더로서, 감정을 절제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기대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교사가 울거나 흔들리는 모습은 ‘불안한 지도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론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 기대는 정당한 것인지, 그런 틀 안에서 감정을 억누르는 교사는 정말로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선생님의 일기>는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반응한다. 주인공 교사는 극 전반에 걸쳐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학생이 눈앞에서 눈물을 흘려도, 교사는 그것을 따라가지 않는다. 함께 울지도 않고, 큰 위로의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듣고, 머물러 준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공간에서, 그는 자신의 일기에 조용히 그 감정을 토해낸다. 이 장면들이 말해주는 건 분명하다. 그는 감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다. 강인함이 아니라 단단히 다친 마음이 만들어낸 ‘표현의 결핍’이다. 교육현장에서 교사가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때로는 직무에 대한 의심을 받는 일이기도 하다.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교사’, ‘학생 앞에서 너무 여린 교사’라는 평가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그런 진심에 더 크게 반응한다. 울지 않으려는 어른보다는, 눈물을 감추지 않는 어른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연다. 왜냐하면 감정은 진실을 보여주는 언어이고, 학생들은 그런 진실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처럼 감정을 억누르는 교사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억눌림이 지속될수록, 교사는 점점 더 피로해지고 지쳐간다. 일기를 통해서만 감정을 분출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외로운 위치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교사로서의 책임, 제자에 대한 미안함, 교직 사회 내의 위계, 어느 것 하나가 가볍지 않다. 그리고 그 무게는 교사의 어깨에만 남겨진다. 교사에게도 누군가 기대고 싶고, 울고 싶고, 아무 말 없이 감정을 토해내고 싶은 순간이 있다는 걸 이 영화는 아주 정중하게 보여준다. ‘강한 사람’이라는 표현은 때로는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사람에게 붙는 수식어처럼 사용된다. 하지만 <선생님의 일기>는 그 프레임을 해체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스스로를 신뢰하는 사람이고,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다. 반대로 감정을 억제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벽을 쌓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강한 게 아니라 조심스러운 것이며, 더 나아가 외로운 것이다. 교사의 눈물은 단지 감정의 표현을 넘어, 교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진정성의 발로일 수 있다. 울지 않는 교사가 꼭 강한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은, 오히려 감정을 숨기는 문화와 감정노동을 조장하는 시스템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진정으로 강한 교사는 감정을 숨기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직면하고 그것을 건강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야말로 학생들에게도 더 정직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교사의 모습이다. <선생님의 일기>는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겪는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꾸밈없이 담아낸다. 특히 교사의 일기라는 장치를 통해 ‘겉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선 끊임없이 고민했던 시간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교육이라는 것이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라,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접촉의 연속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고, 진정성 있다.
영화 속 교사는 끝까지 울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는 울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울고 싶었지만 참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칭찬받을 만한 의지가 아니라, 우리가 바꾸어야 할 교육 문화의 한 장면이다. 교사가 울 수 있는 교실, 감정을 드러내도 존중받을 수 있는 학교, 그것이야말로 진짜 건강한 교육 환경이다. <선생님의 일기>는 울지 않는 교사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울 수 있는 교사의 권리를 다시 묻고 있다.
3. 성적보다 중요한 하루 버티기
교육이라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성적, 경쟁, 성과와 같은 단어들과 동의어처럼 쓰이게 되었다. 학교는 더 이상 배움을 즐기는 공간이라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하는 전쟁터로 바뀌었다. 그 안에서 교사도, 학생도 매일이 전쟁이다. 그러나 영화 <선생님의 일기>는 전혀 다른 시선을 던진다. 성적 향상이 아니라 ‘하루를 잘 버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이 영화는, 지금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말없이 질문을 던진다.
학생에게 하루는 단순한 24시간이 아니다. 그 하루에는 수업과 시험, 숙제와 발표, 인간관계와 따돌림, 가족 문제와 미래 불안까지 온갖 감정과 사건이 얽혀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등굣길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발걸음일 수 있다. 영화 <선생님의 일기>에 나오는 아이들도 그렇다. 겉보기엔 조용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각자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가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것을 성적이라는 단어 하나로 축약하지 않는다. 주인공 교사는 그런 아이들의 하루를 지켜본다. 뛰어난 상담가도 아니고, 교육 철학을 설파하는 이상주의자도 아니다. 그는 다만 매일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눈빛을 읽고, 낯선 표정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다. 그가 집중하는 건 수치로 나타나는 성적이 아니라, 오늘도 그 아이가 학교에 왔는가, 앉아 있는가, 조용히 책상 위에 손을 올리고 있는가 같은 사소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한 아이가 하루를 버텨냈다는 증거가 된다. ‘하루 버티기’라는 말은 흔히 취약한 상태에 있는 누군가에게 쓰인다. 그리고 많은 교사와 부모는 그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해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선생님의 일기>는 그 전제를 무너뜨린다. 이 영화는 잘 해내는 것보다 버티는 것이 우선임을 보여준다. 어떤 아이에게는 수학 점수보다 학교 복도에서 다른 학생을 마주치는 일이 더 큰 스트레스일 수 있다. 또 어떤 아이에게는 영어 단어 외우기보다 교사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일이 더 큰 용기일 수 있다. 그런 일상의 조각들을 영화는 세심하게 담아낸다.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아도, 다음 날 교실에 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야 할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안다. 그래서 교사 역시, “왜 점수가 이래?”라는 말 대신 “오늘은 좀 괜찮니?”라고 묻는다. 그 짧은 말 안에 교사의 고민과 배려, 그리고 정답보다 정서를 우선시하는 교육관이 담겨 있다. 성적을 향상하는 방법은 교과서에 나와 있지만, 아이가 무너지는 것을 막는 방법은 교사의 감각과 진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루를 버틴다는 것은 단순히 출석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그날 하루, 수많은 감정을 지나치지 않고 마주했다는 뜻이며, 스스로와 타인, 그리고 삶의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매일 무언가와 싸운다. 학교폭력, 가정불화, 정체성의 혼란, 친구와의 갈등, 미래에 대한 불안. 이런 요소들은 성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고통을 만든다. 그리고 교사는 그 고통을 수치로 파악할 수 없다. 그저 관찰하고, 느끼고, 함께 견디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선생님의 일기>는 교사의 일기라는 장치를 통해 이 과정을 서사화한다. 교사는 일기장에 수업 내용이나 성적이 아닌, 아이들의 감정과 표정, 말투와 분위기를 기록한다. 그 기록은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동시에 교사 스스로의 하루를 되돌아보는 수단이 된다. 이 영화는 교사의 기록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조용히 보여준다. 교사가 감정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순간, 아이는 더 이상 ‘지도 대상’이 아닌, 함께 버티는 존재가 된다. 아이들은 그 사실을 안다. 교사가 자신을 수치가 아닌 인간으로 바라본다는 것. 그리고 그때부터 아이도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하루 버티기’가 교육적으로 중요한 이유다. 성적은 나중에 따라올 수 있지만,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는 경험은 평생을 지탱해 줄 수 있다. 지금 한국 교육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존재의 인정’이다. <선생님의 일기>는 그것이 얼마나 절실한지, 그 부족이 어떻게 아이들의 감정을 파괴하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성적 향상이란 말은 늘 숫자에 의해 평가된다. 그러나 숫자는 감정을 담을 수 없다. 시험을 망친 아이가 그날 하루 울지 않고 수업을 마친 것, 친구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 것, 늦잠을 자고도 교실로 달려온 것. 이 모든 것은 누구도 점수로 매길 수 없는 ‘성장’의 순간들이다. <선생님의 일기>는 그런 순간들을 교사의 눈으로, 아이의 눈으로 동시에 담아낸다. 그래서 이 영화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다.
결국 이 영화는 조용히 이야기한다. 하루를 버티는 아이들을 발견하라고. 그들에게 점수 대신 말 한마디를 건네라고. “오늘 잘 왔다”, “네가 있어줘서 다행이다”, “내일도 여기서 보자” 같은 짧은 말들이 때로는 성적표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다고. 그리고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교사라고. <선생님의 일기>는 성적이 아닌 삶의 자리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다시 기억해야 할 교육의 시작점임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