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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스트럭> 도서관, 청각장애, 흑백과 컬러의 대비

by borybory-click 2025. 6. 30.

영화 &lt;원더스트럭&gt; 관련 사진

  • 개봉일: 2018. 05. 03.
  • 장르: 드라마
  • 평점: 7.32
  • 등급: 전체 관람가
  • 러닝타임: 115분
  • 감독: 토드 헤인즈
  • 주연: 줄리안 무어, 오크스 페글리,  밀리센트 시몬스, 미셸 윌리엄스

 

1. <원더스트럭> 속 도서관과 기록물 탐색의 개인 정체성 연결고리

토드 헤인즈 감독의 영화 <원더스트럭(Wonderstruck, 2017)>은 한마디로 시공간을 초월한 정체성 탐색의 여정이라 할 수 있다. 1927년과 1977년, 두 개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사는 두 명의 청각장애 아동, 로즈와 벤이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과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바로 ‘도서관’과 ‘기록물’이다. 영화 속에서 도서관과 각종 기록물은 단순한 정보 제공처를 넘어, 개인의 잃어버린 역사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결정적인 연결 고리로 작용한다.

먼저 1977년, 소년 벤의 여정을 살펴보자. 벤은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벤은 어머니의 물건들 속에서 한 권의 책과 뉴욕에 있는 뮤지엄 정보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벤의 탐색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벤이 찾는 것은 단순한 가족의 이름이나 출생 기록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뿌리,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단서가 바로 ‘기록물’ 속에 숨겨져 있다. 영화 속 뉴욕공립도서관은 그 탐색의 중심이다. 고전적인 분위기의 거대한 열람실, 서가를 가득 채운 책들, 그리고 수많은 마이크로필름과 신문 아카이브는 마치 역사의 보물창고처럼 기능한다. 벤은 그곳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추적해 나가고, 기록을 통해 조금씩 퍼즐 조각을 맞춰간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정보 검색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심리적·상징적 행위다. 도서관의 역할은 벤의 시대뿐만 아니라 1927년의 로즈 이야기에서도 똑같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로즈 역시 청각장애를 지닌 인물로,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고립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녀는 영화배우이자 자신의 어머니인 릴리언 메이휴를 찾아 뉴욕으로 떠난다. 로즈의 탐색은 박물관과 영화관, 그리고 도시 곳곳을 오가며 펼쳐진다. 로즈가 마주하는 각종 ‘기록물’과 공간들은 그녀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목을 이룬다. 특히 영화 후반부, 로즈와 벤의 이야기가 박물관을 매개로 교차되며, 기록의 힘이 극대화된다. 벤이 뉴욕자연사박물관을 찾는 과정에서도 도서관과 기록물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박물관 역시 넓은 의미의 ‘기록물 집합체’다. 그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역사, 가족의 흔적, 인간 존재의 흔적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축적되어 있는 장소다. 영화는 이러한 공간을 매우 섬세하고 상징적으로 활용한다. 도서관의 고요하고 질서 정연한 분위기는 주인공들의 내면 혼란과 대조를 이루면서, 동시에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책장 사이를 오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마치 자신을 찾아 미로를 헤매는 여정을 닮아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가 기록물 탐색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연결’을 구현한다는 점이다. 벤이 도서관에서 정보를 찾고, 박물관에서 단서를 모으며 가족사를 복원해 나가는 과정은 단순히 개인의 뿌리를 찾는 차원을 넘어, 세대 간 연결, 역사의 계승, 그리고 자아 정립이라는 보편적인 성장 구조를 보여준다. 벤과 로즈가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기록과 탐색의 결과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기록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 졸업앨범, 가족사진, 호적등본, 과거의 편지나 일기장 모두가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실질적인 자료다. 영화 <원더스트럭>은 이 점을 매우 극적으로, 동시에 섬세하게 풀어낸다. 벤과 로즈가 도서관과 기록물에 의지해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하고, 결국에는 가족의 의미와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장 이야기다. 특히 <원더스트럭>은 청각장애를 설정함으로써 ‘정보의 단절’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더욱 강렬하게 보여준다. 듣지 못하는 이들이 기록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은 정보 접근의 평등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도서관은 이들에게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닌, 정체성 탐색과 사회적 소속감을 회복하는 통로다. 영화 속 촘촘히 배치된 도서관, 박물관, 기록물은 개인의 내면 탐색을 상징하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억의 축적 장소로 기능한다. 벤과 로즈가 각각의 시대 속에서 도서관과 박물관을 거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결국, 과거와 현재, 개인과 사회, 상실과 재발견을 아우르는 통합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론적으로 <원더스트럭>은 도서관과 기록물 탐색을 단순한 이야기 전개 수단이 아닌, 개인 역사 찾기와 정체성 재구성의 핵심 연결 고리로 활용한다. 이 영화는 그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도 자신을 돌아보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스스로의 기록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 노력하는가? <원더스트럭>은 이 질문을 섬세하고도 아름답게 풀어낸다.

 

2. 청각장애의 현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더스트럭(Wonderstruck, 2017)>은 단순히 두 아이의 모험을 그리는 성장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소통'이라는 매우 근본적인 주제를 독창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영화는 두 명의 주인공, 벤과 로즈 모두 청각장애를 겪는 설정을 통해, 장애가 개인의 사회 참여와 소통 방식에 어떤 현실적·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영화 속에서 벤과 로즈는 다른 시대를 살지만, 공통적으로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벽을 느끼고,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소외되는 감정을 경험한다. 벤은 1977년을 배경으로, 로즈는 1927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이들의 내면에 자리한 고립감과 소통의 어려움은 시대를 초월해 일치한다. 먼저 벤의 사례를 보면, 그는 원래 청각장애인이 아니었다. 번개 사고로 인해 청력을 잃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세상과의 단절을 경험한다. 이 설정은 매우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반영한다. 청각을 잃은 순간, 벤은 가족과 친구, 더 나아가 사회 전반과의 소통 방법을 완전히 새롭게 익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벤이 뉴욕에 홀로 도착했을 때, 그는 말 대신 필담이나 몸짓에 의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벤은 끊임없는 좌절과 오해를 경험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소통 방식을 찾아가는 성장도 함께 겪는다. 반면 로즈는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192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은 그녀의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낮았던 시기임을 강조한다. 로즈는 가족 내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며,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깊은 단절을 경험한다. 그녀는 외부 세계와의 직접적인 소통 대신, 그림을 그리고, 자신만의 상상 속 세계로 도피한다. 이는 현실 속 장애인이 종종 겪는 심리적 위축과 대인관계 회피의 전형적인 모습과 맞닿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청각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결핍'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원더스트럭>은 청각장애를 통해 다른 차원의 감각과 소통을 조명한다. 벤과 로즈는 비언어적 표현, 시선, 손짓, 그리고 관찰을 통해 세상과 교감한다. 이는 청각장애인이 새로운 소통 방식을 개발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현실적인 방식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종종 시각적 단서, 표정, 몸짓 언어를 통해 주변과 소통을 시도한다. 영화 속 로즈가 극장 무대의 배우를 바라보며 감정을 해석하거나, 벤이 손짓과 글씨로 타인과 대화하는 모습은 단순한 연출을 넘어, 장애가 소통 방식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사회 참여의 관점에서도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 선택하는 공간이 매우 상징적이다. 로즈는 박물관과 영화관을 통해 세상과 접촉하고, 벤은 뉴욕 도서관과 자연사 박물관을 탐색하면서 사회 속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이들은 전통적인 소통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관계를 확장한다. 심리적 측면에서도 영화는 청각장애가 개인 내면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청력을 상실한 벤은 처음에 극심한 두려움과 상실감을 겪는다. 주변의 소리가 차단되며, 그는 스스로 '고립된 섬'에 갇힌 느낌을 받는다. 이는 실제 청각장애를 경험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심리 반응과 일치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벤은 새로운 소통 방식을 익히고, 사회 참여의 방법을 찾으며 점차 내면의 상처를 극복한다. 로즈 역시 비슷한 심리적 과정을 겪는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를 가졌기에 그녀는 언어 소통의 한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하지만, 내면 깊숙이 가족의 인정과 사회적 소속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품고 있다. 이는 영화 속 그녀의 행동, 즉 혼자서 뉴욕으로 떠나 어머니를 찾아가는 과감한 선택으로 표출된다. 로즈의 행동은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회를 탐색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원더스트럭>은 청각장애를 단순한 설정이 아닌, 소통 방식의 변화와 사회 참여의 확장이라는 현실적 주제로 풀어낸다. 벤과 로즈가 청각장애로 인해 겪는 소통의 어려움은 분명하지만, 영화는 이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개인의 성장, 사회와의 재연결, 그리고 새로운 정체성 발견을 섬세하게 그린다.

이 작품은 장애를 '한계'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통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며, 관객들에게 물리적 장애를 넘어서는 인간의 잠재력과 적응 능력을 상기시킨다. 벤과 로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사회가 장애인을 수용하고, 다양한 소통 방식을 존중해야 함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된다.

 

3. 영화 속 흑백과 컬러의 대비

토드 헤인즈 감독의 영화 <원더스트럭(Wonderstruck, 2017)>은 독특한 시청각적 구성으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출 기법 중 하나가 바로 흑백과 컬러 화면을 시대에 따라 분리해 사용하는 장치다. 이 흑백과 컬러의 대비는 단순한 미적 선택을 넘어, 시대적 정체성과 인물 감정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영화는 두 개의 시대를 교차 편집 방식으로 보여준다. 1927년을 배경으로 하는 로즈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흑백 화면으로 펼쳐지고, 1977년을 배경으로 하는 벤의 이야기는 선명하고 따뜻한 컬러 화면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대비는 단순히 시간 구분을 돕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각 시대가 지닌 고유한 정서와 인물의 심리 상태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핵심적 장치로 작용한다. 우선, 1927년을 흑백 화면으로 구성한 선택은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효과적으로 살려낸다. 실제로 1920년대는 무성 영화가 주류를 이루던 시기였다. 로즈가 살던 시대를 흑백과 무음으로 표현한 것은 그 시대의 미디어 환경과 인물의 청각장애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연출적 묘사다. 로즈는 선천적 청각장애를 갖고 있으며, 흑백 화면과 무성 연출은 그녀의 '들을 수 없는 세계'를 관객이 함께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관객은 소리가 제거된 화면 속에서 로즈가 느끼는 고립감과 단절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더불어 흑백 화면은 1920년대 사회의 엄격함, 정서적 억압, 개인의 억눌림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로즈가 속한 세계는 어둡고 제한적이며,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그려진다. 흑백 톤의 차분함은 로즈의 내면과 시대적 배경이 가진 차가움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반면, 1977년을 배경으로 하는 벤의 이야기는 선명한 컬러 화면으로 표현된다. 벤의 시대는 상대적으로 사회가 더 개방적이고, 도시 풍경도 다양성과 활기로 가득하다. 컬러 화면은 시대 변화에 따른 자유로움, 감정의 진폭, 그리고 인물의 내면 성장을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보여준다. 특히 벤이 뉴욕으로 떠나는 과정에서 컬러의 활용은 더욱 두드러진다. 도시의 다양한 색감, 복잡한 거리, 박물관의 전시물들이 모두 원색의 컬러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이는 벤이 겪는 호기심, 두려움, 설렘을 관객이 시각적으로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 속 흑백과 컬러의 대비는 각 시대의 정체성뿐 아니라, 인물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따라간다. 로즈의 세계는 제한적이고 정적인 흑백 화면 속에서 펼쳐지며, 그녀의 고립감과 세상과의 단절을 상징한다. 반면, 벤의 여정은 다채로운 색채 속에서 전개되며, 그의 내면 성장과 세상과의 재연결을 시각적으로 부각한다. 또한, 감독은 흑백과 컬러를 단순히 시대 구분의 도구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두 시대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순간마다, 흑백과 컬러가 주는 정서적 긴장감과 대비가 극대화된다. 관객은 흑백 화면을 통해 과거의 무게와 정서를 느끼고, 컬러 화면을 통해 현재의 역동성과 희망을 실감하게 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두 시대가 서로 얽히며, 흑백과 컬러의 대비가 단순히 구분을 넘어 감정의 연결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벤이 자신의 가족사를 추적하고, 로즈의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두 화면이 교차 편집되며, 관객은 흑백과 컬러 사이를 오가며 과거와 현재, 상실과 발견, 고독과 희망을 함께 느끼게 된다. 이러한 연출은 인물 감정의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벤이 아버지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 속에서 점차 컬러 화면의 색감은 더 따뜻하고 선명해진다. 이는 벤의 내면 변화,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로즈의 세계도 영화가 진행될수록 흑백 속에서도 더 풍부한 명암과 세밀한 질감이 강조된다. 이는 그녀의 내면에서 차츰 희망과 연결의 욕구가 자라나는 과정을 암시한다. <원더스트럭>의 흑백과 컬러 대비는 관객이 두 시대의 정체성을 쉽게 구분하도록 돕는 동시에, 인물 감정의 미묘한 흐름과 심리 변화를 더욱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단순한 미장센 이상의 깊이 있는 연출로, 이 대비는 영화 전체의 정서와 메시지를 관통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원더스트럭>은 흑백과 컬러를 통해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시대의 정체성과 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연결한다. 흑백 화면은 과거의 무게, 억압, 고독을 담고, 컬러 화면은 현재의 다양성, 희망, 성장 가능성을 담아낸다. 이 대비 속에서 관객은 두 아이의 여정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결국 자신만의 상실과 연결, 고독과 희망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처럼 <원더스트럭>은 색의 대비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인간 감정과 정체성 탐색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완성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