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 개봉일: 1988.11.19.
- 장르: 드라마
- 평점: 8.67
- 등급: 15세 이상 관람
- 러닝타임: 106분
- 감독: 마이크 니콜스
- 주연: 앤 밴크로프트, 더스틴 호프만, 캐서린 로스
1. 영화 <졸업> 제목의 숨겨진 의미
1988년 개봉한 영화 <졸업>은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대표적인 성장영화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청년기의 방황과 사랑을 다룬 로맨스로만 평가되기에는 훨씬 복잡하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영화 제목을 단순히 ‘성장’이 아닌 ‘졸업’으로 설정한 점에서 우리는 감독이 전하려던 깊은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 영화’는 주인공이 여러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선택한 제목은 ‘졸업’이다. 졸업이라는 단어는 분명 특정한 시기의 끝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그 이후의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즉, 졸업은 성장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스러운 미래를 열어놓는 출발점일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영화의 주인공 벤자민 브래독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오히려 불안과 혼란 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졸업이란 ‘성공적인 성장의 마침표’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방황의 시작점’임을 영화는 나타낸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 졸업이 다른 성장 영화들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이유다. 당시 미국 사회는 경제적 풍요로움과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벤자민은 오히려 이 풍요로움 속에서 더욱 큰 압박과 무력감을 느낀다. 이것은 오늘날 현대 청년들이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겪는 압박감과도 상당히 유사하다. 영화 속 ‘졸업’이라는 표현은 현대 청년들에게도 여전히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벤자민의 부모와 기성세대는 ‘졸업’을 ‘성장’이나 ‘성공’과 동일하게 여긴다. 그러나 벤자민에게 졸업은 오히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과 기성세대가 원하는 삶 사이의 갈림길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다. 따라서 영화 제목으로 선택된 ‘졸업’은 ‘성장 완료’가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비유에 가깝다. 또한 영화 제목에서 사용된 ‘졸업’이란 개념은 벤자민의 심리적 상태를 매우 절묘하게 표현한다. 그가 ‘졸업’한 것은 단지 학교가 아니라 기성세대가 세운 가치관이며, 기존 사회가 강요한 삶의 방식이다. 벤자민은 졸업과 동시에 정해진 성공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하는 외롭고 불안한 여정에 내몰린다. 즉, 영화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졸업’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영화 제목의 의미를 가장 명확히 전달한다. 벤자민과 일레인은 결혼식장을 뛰쳐나와 버스에 오르며 자유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곧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과 망설임이 드러난다. 즉, 그들이 마주한 것은 ‘행복한 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그 무엇도 보장되지 않은 또 다른 방황의 길인 것이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삶이란 지속적인 불확실성의 연속이며, 졸업이란 결코 ‘끝’이 아닌 새로운 방황의 시작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영화 졸업이 전하는 메시지는 시대를 뛰어넘어 현대에도 유효하다. 현재의 청년 세대 역시 학업이나 직장에서의 졸업, 사회적 기준에서의 성공 이후에 더 큰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 제목인 ‘졸업’은 그러한 현대인들에게 결코 ‘성장의 끝’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영화 졸업은 성장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졸업이라는 단어를 통해 ‘끊임없는 성장과 불안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곧,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졸업은 완성이 아니라 오히려 미완의 시작이며, 불확실성 그 자체가 삶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2. 부모가 되어 다시 본 영화
1988년에 개봉한 영화 <졸업>은 보통 청춘의 방황과 성장을 상징하는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젊은 시절에는 벤자민 브래독이라는 주인공의 입장에서만 영화를 봤다면, 이제는 부모가 되어 다시 볼 때 영화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벤자민의 부모나 미세스 로빈슨과 같은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면, 자녀 세대와 부모 세대 간의 소통의 문제와 갈등의 진짜 원인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영화 속 벤자민의 부모는 아들의 졸업을 자랑스러워하며, 벤자민의 성공적인 미래를 이미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인다. 그들은 그에게 비싼 스포츠카를 선물하고, 화려한 파티를 열어준다. 이는 자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에 따라 제공된 보상이다. 벤자민은 그 화려한 선물을 받고도 전혀 행복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큰 압박과 공허함에 빠진다. 부모가 되어 영화를 다시 볼 때, 처음에는 ‘왜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부모 역시 사실 자녀에게 최선의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부모들이 자신이 원하는 최선이 자녀가 원하는 최선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놓친다는 데 있다. 영화 졸업에서 벤자민의 부모는 아들과의 진정한 소통 대신 ‘성공’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대화의 본질을 피하고 만다. 또한, 영화 속에서 벤자민이 미세스 로빈슨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도 사실상 기성세대와의 소통 부재가 원인이다. 미세스 로빈슨 역시 딸인 일레인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다. 영화 속 중년의 기성세대들은 경제적,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자녀들과는 정서적 거리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의 부모 세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이다. 현대의 부모들 역시 자녀와의 소통을 ‘현대적이고 개방적인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서적인 연결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모가 되어 다시 본 영화 졸업에서 가장 강하게 느끼는 점은, 부모들이 자녀를 위한답시고 내리는 결정이 결국은 자신들의 욕망과 기준에 의한 결정일 때가 많다는 점이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벤자민이 일레인의 결혼식장을 뛰쳐나갈 때, 부모들의 당황과 절규는 단지 아들이 사회적 규범을 깼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통제에서 벗어난 자녀의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 졸업은 단순히 ‘청춘 영화’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라는 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영화 속 부모들은 자녀의 행복을 원하면서도 진정으로 자녀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공통된 문제이다. 부모가 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느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소통의 중요성’이다.
결국 영화 졸업이 현대 부모 세대에게 던지는 가장 큰 교훈은, 자녀의 성공과 행복을 부모의 잣대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을 통해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도 부모로서 자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볼 때다. 영화 졸업이 단지 과거의 작품이 아니라, 현재의 부모 세대가 반드시 봐야 할 영화로 다시금 조명받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 졸업 이후의 벤자민
1988년 개봉한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결말 중 하나로 손꼽힌다. 벤자민 브래독과 일레인이 결혼식장을 탈출하여 버스에 오르는 순간, 이들은 곧 자유를 얻은 듯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버스가 출발한 뒤 곧 이들의 표정엔 어색함과 불안이 떠오른다. 이 장면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관객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해석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끝난 이후, 주인공 벤자민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영화 졸업은 명백히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지만, 심리학과 사회학적 관점에서 벤자민의 졸업 이후 삶을 예측해볼 수 있다. 우선 벤자민의 심리상태는 영화 내내 지속적인 혼란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확실한 진로나 목표를 찾지 못한 채, 부모가 정해준 성공의 틀 안에서 방황했다. 따라서 결혼식 탈출 이후의 벤자민은 순간적인 해방감 뒤에 다시 현실적인 고민과 불안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벤자민은 일종의 정체성 혼란(identity confusion)을 겪고 있었다. 그는 부모 세대가 원하는 삶과 자신이 원하는 삶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으며 혼란스러워 했다. 결말 이후에도 이 내적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과감히 거부한 선택으로 인해, 사회적 압력과 심리적 불안은 더 심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학적인 측면에서도 벤자민의 졸업 이후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속 1960년대 미국은 전통적 가치관과 급진적인 변혁 사이의 갈등이 극심한 시기였다. 벤자민과 일레인의 결혼식 탈출은 당시 사회에서는 매우 충격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며, 이는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벤자민은 결국 부모와 경제적으로 독립할 필요성에 직면했을 것이다. 결혼식 탈출 이후 부모의 지원 없이 새로운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것이며, 직업 선택에서도 난관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벤자민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제한적이었고, 그는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생존을 위해 다양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더욱 깊은 정체성 위기를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벤자민과 일레인의 관계 역시 영화의 결말처럼 낭만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급격한 상황에서 맺어진 관계는 현실적인 압력과 불확실성 속에서 쉽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은 사회적 비난과 가족의 외면 속에서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며, 이러한 어려움이 관계의 갈등으로 나타났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졸업이 주는 진정한 교훈은 바로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벤자민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는 점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벤자민은 불안을 견디며 점차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을 것이다. 결혼식 탈출 이후 직면한 사회적 어려움과 경제적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는 더 성숙하고 독립적인 성격을 갖추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벤자민의 졸업 이후 삶은 영화 속 마지막 장면처럼 복잡한 감정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사회적 압력과 심리적 불안 속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했을 것이며, 이러한 여정 자체가 진정한 성장의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