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봉일: 2025. 02. 26.
- 장르: 드라마, 멜로
- 평점: 8.23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24분
- 감독: 츠카하라 아유코
- 주연: 마츠 다카코, 마츠무라 호쿠토, 요시오카 리호, 모리 나나, 릴리 프랭키
1. <첫 번째 키스> 첫사랑, 첫 키스는 왜 평생 잊히지 않을까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흘러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감정, 어렴풋한 장면, 스쳐 지나가는 향기와 같은 것들이 문득 떠오르며 마음 한편을 툭 건드린다. 그 감정의 중심에는 종종 ‘첫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첫사랑과 함께 떠오르는 것이 바로 ‘첫 키스’다.
어린 시절에 느꼈던 그 어설픈 떨림,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손끝이 닿기 전의 긴장감. 그리고 입술이 맞닿는 순간의 짧고도 긴 시간. 누구나의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그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왜 우리는 첫사랑과 첫 키스를 그렇게 오래 기억하는 걸까? 그 이유는 단지 로맨틱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뇌 구조, 감정의 작용, 성장 과정, 사회문화적 영향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이 감정은 단순한 로맨스의 추억이 아니라, 우리의 자아 형성과 감정 인식에 결정적인 순간으로 작용한다. 첫사랑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는 정체성이 확립되고, 세상을 보는 눈이 급격히 넓어지며, 감정의 진폭도 커지는 시기다. 뇌과학적으로도 이 시기는 기억력과 감정 인식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며, 이때 경험한 감정은 ‘감정 각인(emotional imprint)’이라는 형태로 강하게 남는다. 특히 도파민과 옥시토신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이 시기의 감정은 일종의 화학적 흥분 상태로 저장된다. 이런 감정이 ‘첫 키스’라는 물리적 접촉과 함께 발생하면, 그 기억은 단순한 감정 차원을 넘어선다. 감각, 감정, 공간, 냄새, 시간 등의 모든 요소가 동시에 뇌에 저장되며, 이후의 유사한 자극에 반응하게 된다. 그래서 첫 키스를 했던 장소에 다시 가면 똑같은 감정이 되살아나고,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면 당시의 떨림이 되풀이된다. 그것은 뇌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기억하고 있는 감정의 흔적이다. 문화적으로도 첫사랑과 첫 키스는 하나의 상징처럼 작용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영화, 드라마, 소설을 통해 ‘첫사랑은 잊히지 않는다’, ‘첫 키스는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접한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반복되는 메시지는 개인의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 처음이기에 부족하고, 서툴렀고, 때론 어색했지만, 그래서 더 순수했고 진심이었다는 낭만적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첫사랑과 첫 키스를 기억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이 '처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순간 우리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고, 그 감정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어떤 계산도, 보호막도 없이 감정에 솔직했던 시절. 그 순수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희귀해지고, 그래서 더 귀중하게 느껴진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실패조차도 특별한 경험으로 남는다. 성숙하지 못했기에 헤어졌지만, 그 감정만큼은 진심이었다는 기억은 이후의 사랑에서 기준점이 된다. 다시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첫사랑과 비교한다. 그 사람처럼 설레는지, 그때처럼 순수한지, 감정의 크기와 방향을 첫사랑의 감각으로 측정한다. 또한, 첫 키스는 감정의 확인이라는 측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눈빛만으로도 감정이 오가던 시기, 그 감정을 처음으로 물리적으로 표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어색하고 서툴렀던 그 순간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현실로 옮긴 첫걸음이었다. 그래서 첫 키스는 단순한 입맞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감정을 실현한 ‘증거’였고, 동시에 마음이 통했음을 확인한 상징이 된다. 사람은 감정을 기억보다 먼저 느끼는 존재다. 잊었다고 생각해도, 감정은 흔적으로 남아 있다. 특히 첫사랑처럼 강렬하고 선명한 감정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사람마다 첫사랑에 대해 떠올리는 장면은 다르다. 어떤 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나눈 짧은 대화, 어떤 이는 한겨울 저녁 헤어질 때 손을 잡았던 그 따뜻함을 기억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첫 키스 직전의 그 정적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눈을 맞추던 그 긴장감을 기억한다. 이처럼 첫사랑과 첫 키스는 장면이 아니라 감정의 축적물이다. 그 감정은 구체적인 이미지 없이도 우리를 흔든다. 문득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한 소절, 비 오는 날의 차창 밖 풍경, 어떤 사람의 향기에서도 되살아난다. 그 순간 우리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설렘과 떨림이 있었고, 그 감정을 나눴던 누군가가 있었다. 첫사랑은 대개 실패로 끝나지만, 그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성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첫 키스는 그 시절 우리가 얼마나 용기 있었는지를 상기시킨다. 그 순간, 우리는 말보다 감정에 충실했고, 미래보다 현재에 몰입해 있었다. 그 순수함이야말로 우리가 첫사랑과 첫 키스를 잊지 못하는 이유다. 그것은 단지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그때의 나, 그 시절의 감정 전체에 대한 회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랑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있고, 감정을 다루는 법도 조금은 익숙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지금보다 훨씬 미숙하고 서툴렀던 그때가 더 진심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첫사랑과 첫 키스는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잊지 않게 해주는 표식이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변해도, 감정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남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감정 덕분에 오늘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2. <첫 번째 키스> 속 이끌림과 망설임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끌릴 때 단순히 "좋다"는 감정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동시에 머릿속에 망설임이 자리 잡고, 다가가고 싶은 충동과 물러서야 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엇갈린다. 이렇듯 사랑이나 호감이 시작되는 순간,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이끌림과 망설임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심리적 긴장이 만들어진다. 이 긴장은 종종 설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심리 작용이 숨겨져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감정은 이성적인 판단 이전에, 본능적인 감각과 감정의 반응에서 출발한다. 첫눈에 반하는 감정은 몇 초 만에 이루어지며, 이때 뇌에서는 도파민이 급격히 분비된다. 도파민은 기쁨, 희열, 기대와 같은 감정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연애 초기에 사람을 강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파민의 작용만으로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그 바로 옆에서 '망설임'이라는 또 다른 감정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끌림은 감정의 앞단에서 일어나는 자극이다. 상대방의 말투, 표정, 몸짓, 분위기 같은 것들이 어느 한순간 강하게 다가올 때 우리는 이끌림을 느낀다. 그러나 망설임은 감정의 뒷단에서 생겨난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불안, 관계가 발전했을 때 감정이 상처받을까 하는 두려움,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트라우마와 방어기제가 고개를 들며, 감정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 두 감정은 단순히 교차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가까워지길 바라면서도 스스로 선을 긋는 행동이 나타난다. 이때 사람은 내적 갈등에 휩싸이며, 그 갈등이 곧 심리적 긴장 상태를 만든다. 이 긴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의 밀도’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우리는 망설였기 때문에 그 감정을 더 오래 기억하고, 쉽게 말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진심이었음을 스스로 믿는다. 특히 첫사랑의 기억 속에서 이끌림과 망설임은 가장 순수한 형태로 존재한다. 상대를 좋아하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던 순간, 이름 한 번 부르지 못하고 멀찍이서 바라만 보던 시간들은 이끌림과 망설임이 뒤섞여 만들어낸 감정의 농도였다. 이러한 긴장은 기억 속에서 하나의 '에너지'로 남게 되고,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끌림과 망설임이 동시에 발생할 때, 사람은 감정적으로 매우 민감해진다. 자신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 행동 하나에 스스로 과도한 해석을 붙이고, 상대방의 반응을 반복적으로 되새기며 의미를 찾는다. 이는 곧 감정 몰입도의 증가로 이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감정 집중 상태라고 부르며, 이 시기에는 상대방과의 모든 상호작용이 의미 있게 느껴지고, 작은 기억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긴장이 오래 지속되면 불안정 애착이나 감정 회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어릴 적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았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이끌림이 커질수록 망설임도 강해진다. 이들은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는 강렬하지만, 그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과도한 주저를 보인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강하게 끌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그 관계가 스쳐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이끌림과 망설임 사이의 긴장을 ‘행동’으로 풀어낸 사람은, 감정의 해방과 동시에 내면의 성장을 경험한다. 관계를 시작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망설임을 무릅쓰고 용기를 낸 경험이 있다. 이들은 이후의 관계에서도 감정에 솔직해지는 훈련이 되어 있고, 망설임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인식하게 된다.
이처럼 이끌림과 망설임은 단순한 연애 감정의 일부가 아니라, 개인이 사랑을 통해 성장해 가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아지는지를 느끼고, 그 작아진 마음을 다시 조심스럽게 채워가며, 자신도 몰랐던 감정의 깊이를 확인하게 된다. 망설임이란 감정은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어쩌면 ‘진심이 있다는 증거’ 일 수 있다. 망설인다는 건, 감정의 무게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랑에 대한 대화 속에서 사람들은 “끌리면 말하지 왜 망설였냐”라고 묻곤 한다. 하지만 감정이란 결코 단순한 기계적인 신호가 아니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면서 동시에 판단하고, 경험을 돌아보며 예측하고, 상처받을 것을 우려하며 감정을 필터링한다. 그래서 감정은 순간이지만, 표현은 시간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감정의 긴장은 사랑이 깊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망설인 시간만큼 우리는 상대를 더 관찰하고, 내 마음을 더 들여다본다. 그래서 어쩌면 사랑은 이끌림에서 시작되지만, 망설임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진짜 사랑이 되는지도 모른다. 쉽게 사랑하고 쉽게 끝나는 관계들 속에서, 오래 남는 사랑은 늘 망설임의 시간을 지녔다.
우리 삶에서 기억에 남는 감정은 언제나 이끌림과 망설임이 겹쳐진 순간이다. 처음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였던 날, 마음을 고백하려다 끝내 입을 다물었던 밤, 눈빛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했던 그 짧은 순간들이 마음 깊은 곳에 박혀 있다. 그 순간이 아프고 아쉬웠던 이유는, 그것이 그만큼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단순한 ‘좋아함’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과 싸우고, 상대를 향한 마음을 다듬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끌림과 망설임은 서로 부딪히며 사랑이라는 형태로 완성된다.
3. <첫 번째 키스> 속 클로즈업
영화에서 감정은 말보다 얼굴이 먼저 이야기한다. 대사는 사건을 설명하지만, 감정은 얼굴의 표정과 눈빛, 입술의 떨림 같은 아주 미세한 움직임에서 전달된다. 그 감정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한 도구가 바로 클로즈업(Close-Up)이다. 특히 영화 <첫 번째 키스(1ST KISS)>와 같은 로맨스 중심 영화에서 클로즈업은 단순한 촬영기법이 아니라, 감정의 진폭을 극대화하는 핵심 장치다.
이 영화는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선과, 그 감정을 표현하는 섬세한 연출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첫 키스가 이뤄지는 장면에서의 클로즈업은 그 장면이 단지 "입을 맞췄다"는 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폭발 지점이자 인물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임을 강조한다. 클로즈업은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시선의 통제 장치다. 관객의 눈을 강제적으로 하나의 지점에 집중시키고, 그 안에서 감정을 해석하게 만든다. 일반적인 전신 혹은 중간 거리 샷에서는 놓칠 수 있는 인물의 눈빛 변화, 미묘한 입꼬리의 움직임, 눈물 고인 속눈썹 하나까지 세밀하게 포착해 낸다. 이것이 바로 감정의 폭발력이 클로즈업을 통해 배가되는 이유다. <첫 번째 키스>에서는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인물의 얼굴을 정면으로 클로즈업한다. 이때 배경은 흐려지고, 음악은 최소화되며, 관객과 인물 사이에는 오로지 감정만 남게 된다. 이 구조는 단순하지만 아주 효과적이다. 인물이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은 그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사랑의 떨림, 망설임, 확신, 용기, 부끄러움… 이 모든 감정이 그 클로즈업 한 프레임 안에 농축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클로즈업이 단순한 ‘사랑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키스를 앞두고 인물의 눈빛을 따라가며 관객은 마치 그 순간에 함께 있는 듯한 감정이입을 경험한다. 클로즈업은 단순히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기능을 넘어, 관객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감정의 프리즘처럼 작용한다. 인물의 눈에 비치는 불안, 긴장, 기대,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영화는 클로즈업을 '반복'함으로써 감정의 밀도를 조절한다. 첫 만남, 서로의 손이 처음 닿는 순간,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 등에서도 클로즈업을 사용한다. 그러다가 첫 키스 장면에서는 기존보다 더 길고, 더 정적인 클로즈업을 배치해, 감정이 폭발하는 절정으로서 그 장면을 차별화한다. 관객은 이전의 짧고 순간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이미 충분히 축적해 왔기에, 이 결정적인 장면에서 그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렇듯 클로즈업은 단순히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준비시키고, 축적시키고, 마지막에 폭발시켜 주는 구조적 장치다. 그리고 이 방식은 인간의 심리 작용과도 닮아 있다.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감정을 마음 안에 저장하다가, 어느 한순간에 감당하지 못하고 터트리게 된다. 영화에서의 클로즈업은 이 감정 저장과 폭발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재현해 낸다. 심리학적으로도 얼굴은 감정 표현의 창이다. 특히 눈 주위의 근육은 의식적으로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진심이 드러나는 부위다. 카메라는 이 진심을 잡아내기 위해 인물의 눈동자, 눈꺼풀의 떨림, 심지어 호흡의 속도까지 포착한다. <첫 번째 키스>의 클로즈업은 이러한 감정 표현의 메커니즘을 깊이 이해하고 활용한 사례다. 관객은 이 장면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의 진실함을 의심할 여지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한편, 클로즈업은 인물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키스 이전의 클로즈업에서는 다소 어색하고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그 이후의 클로즈업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나타난다. 웃음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고, 눈빛에 안정감이 생기며, 목소리 톤도 부드러워진다. 이 작은 변화는 대사가 아닌 이미지로서 전달되는 감정의 흐름이고, 관객은 이를 통해 인물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이는 서사의 진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영화에서 클로즈업이 항상 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키스를 하기 직전, 두 인물의 얼굴을 교차로 클로즈업하며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미세한 흔들림을 통해 감정의 떨림을 시각화한다. 카메라는 완벽하게 고정되지 않고, 인물의 숨결과 감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반응하며 살아 있는 장면을 만든다. 이 연출은 관객이 감정의 흐름을 더 민감하게 따라가게 만든다. 클로즈업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정지된 순간’을 만든다. 영화는 흐르는 예술이지만, 클로즈업은 그 흐름을 잠시 멈추고 감정을 고정시킨다. 그 멈춤의 순간에서 관객은 감정을 체화하고, 장면을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키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그 장면’을 꼽는 이유는, 감정이 시각적으로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시청자의 몰입도를 비약적으로 높인다.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장면일수록 클로즈업은 시선의 중심을 만들어주고, 감정을 언어 없이도 전달하는 힘을 가진다. 이는 곧, 시청자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며, 이는 고급 영화 언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첫 번째 키스>가 전달하는 감정의 깊이는 단지 이야기나 연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클로즈업이라는 카메라의 언어가 인물의 감정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관객의 마음까지 연결시켜 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다리를 건너 감정은 폭발하고, 장면은 기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