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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칠드런스 트레인> 집단 정체성, 어른 없는 세계, 동행의 심리학

by borybory-click 2025. 3. 7.

영화 &lt;칠드런스 트레인&gt; 관련 사진

 

1940년대 후반 이탈리아에서 한 어머니가 힘든 결정을 내려 아들을 북부로 보내는데, 그곳에서 아들은 가난을 벗어난 새로운 삶을 엿보게 된다. 본 글에서는 아이들이 집단내에서 개별성을 유지하는지 아니면 하나의 집단 정체성이 형성되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영화 속 어른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질서와 생존 방식을 알아보고, 아이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는 이유가 진정한 우정인지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것인지 탐구해 보도록 한다.

 

1. <칠드런스 트레인> 아이들의 집단 정체성

영화 칠드런스 트레인은 힘든 고난 속에서 아이들이 생존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아이들은 단순한 개별적인 인물이 아니라, 하나의 ‘집단’으로 묶이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렇다면, 이 집단 내에서 개별적인 개성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무리 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동질화될까? 이를 심리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보도록 한다. 영화의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라기보다 집단적 존재로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며, ‘우리는 하나’라는 정체성이 강화될수록 개인의 독자적인 개성은 희미해진다. 영화 속 아이들 역시 처음에는 저마다의 성격과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의 집단으로 묶이며 개별성이 흐려진다. 초반에는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며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생존이라는 절박한 목표 앞에서 점차 개성이 사라지고 행동 패턴이 동질화된다. 예를 들어, 말이 많던 아이도 조용해지고, 리더십을 발휘하던 아이도 결국 다수의 의견을 따르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사회적 동일화(social identification)’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사회학자 앙리 타지펠(Henri Tajfel)의 ‘사회적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을 ‘집단의 일부’로 인식하는 순간 개별적인 성격보다는 집단의 특성을 더 강하게 받아들인다. 특히,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는 개성이 살아남기 어렵다. 영화 속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처음에는 아이들 사이에서 성격과 태도가 다양하지만, 점점 비슷한 행동을 보이게 된다. 한 아이가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면 다른 아이들도 그것을 따라 하며, 개별적인 선택보다는 무리의 선택이 우선시된다. 이 과정에서 개성은 점차 사라지고 집단의 정체성이 강해진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위계 구조가 형성될 때 더욱 강화된다. 영화 속에서 특정 캐릭터가 리더 역할을 맡게 되면, 나머지 아이들은 리더의 행동을 모방하며 자율적인 결정보다는 집단의 흐름에 따르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동조(conformity)’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개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캐릭터들은 끝까지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무리의 선택과 다른 의견을 내세우며 저항하기도 하고, 특정한 가치(예: 우정, 도덕)를 끝까지 고수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현실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룬다. 개성을 유지하려는 아이들이 집단 내에서 고립되거나, 심지어 생존에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사회적 구조 안에서 개인이 개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요소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는 ‘집단 속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무리 속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개성을 지킬 수 있으며, 어느 순간 우리는 집단의 일부로서만 존재하게 되는가? 이는 단순히 영화 속 아이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2. 어른이 없는 세계

영화 칠드런스 트레인은 어른들의 보호 없이 아이들만 남겨진 세계를 보여준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은 혼자가 되고,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질서를 만들어 가며,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사회적 규칙을 형성할까?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극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 패턴을 분석해 본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질서는 어른들, 즉 권위적인 존재에 의해 유지된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학교에서는 교사가, 사회에서는 법과 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칠드런스 트레인 속 아이들은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있다.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무리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다. 초반에는 무리가 형성되지 않은 채 각자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 배고픔, 두려움, 혼란이 가득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개별적인 행동은 점차 집단적인 행동으로 바뀌어 간다. 어른이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간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는 특정한 아이가 리더로 떠오르게 된다. 이 리더는 반드시 힘이 센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적 능력이 뛰어난 아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아이, 혹은 용기가 있는 아이가 리더의 역할을 맡는다. 리더가 결정되면, 아이들은 그를 중심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생존에 필요한 역할이 나누어지고,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해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식량을 찾고, 어떤 아이는 안전한 장소를 탐색하며, 또 다른 아이는 그룹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인류 역사 속에서 원시 부족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영화 속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각자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점차 무리를 형성하며, 암묵적인 규칙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연스럽게 리더가 존재한다. 질서가 유지되려면 규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른이 없는 환경에서 규칙을 어떻게 만들고, 이를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영화 속 아이들은 처음에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규칙을 어기는 아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배가 너무 고파서 무리를 떠나는 아이, 더 많은 음식을 차지하려는 아이, 혹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는 아이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 집단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처벌을 도입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경고 수준이지만, 점차 규율이 강화되고,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강한 제재가 가해진다. 이는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기존의 사회적 질서를 모방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어른들이 없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새로운 법과 규율을 만들어 내며, 이를 통해 질서를 유지해 나간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질서가 어른들의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위계가 형성되고, 권력 구조가 생기며,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인간 사회의 본질적인 모습을 반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만든 사회 역시 초기에는 평등을 외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급과 권력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만의 사회 역시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영화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설령 어른이 사라진다 해도, 아이들은 결국 새로운 사회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규칙을 만들어 나간다. 다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으며, 갈등과 희생이 따르는 것은 어른들의 세계와 마찬가지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정말 본능적으로 질서를 만들어 가는 존재인가? 아니면 사회적 규율이 없으면 결국 무질서로 흘러가게 되는가? 칠드런스 트레인이 보여주는 어른 없는 세계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3. 동행의 심리학

영화 칠드런스 트레인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린이들이 겪는 감정적 변화와 관계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아이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동행'의 개념은 단순한 우정이나 가족애를 넘어선,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동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아이들은 서로에게 친구, 가족, 혹은 생존을 위한 도구로 작용하는가? 이를 심리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본다. 보통 우리는 친구를 감정적인 유대감 속에서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관계의 형성이 감정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생존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와 맞물리게 된다. 영화 속 아이들은 대부분 낯선 환경에서 처음 만난다.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서로 친구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부모와 떨어져 혼자가 된 상태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본능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이때 관계의 본질은 감정보다는 생존을 위한 필요에서 출발한다. 즉, 친구가 아닌 동반자로서, 혹은 같은 운명을 지닌 존재로서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위계가 형성된다. 어떤 아이는 육체적으로 강하고, 어떤 아이는 두뇌가 빠르며, 어떤 아이는 대담하다. 이들은 서로의 능력을 나누어 가며 팀을 이루고, 이를 통해 살아남을 확률을 높인다. 영화 속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생존을 위해 각자 행동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을 형성하고, 서로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 역할을 하는 리더형 아이와 의존적인 아이가 나뉘게 된다. 이러한 관계는 심리학적으로 '사회적 상호의존(Social Interdependence)' 이론과 연관이 있다. 인간은 위기 상황에서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위해 스스로 관계를 맺고 역할을 설정하는 본능을 지닌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히 생존을 위해 형성된 관계가 감정적인 유대로 변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서로의 능력을 필요로 해서 맺어진 관계가 점점 더 깊은 신뢰와 유대감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함께 위험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감정적 연결은 ‘가족을 대신하는 관계(Fictive Kinship)’의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이는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족처럼 서로를 돌보고 책임감을 가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반면, 일부 아이들은 끝까지 관계를 ‘생존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상대방이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관계를 끊어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동행은 때로는 희생을 동반하고, 때로는 배신을 초래하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거나,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나누려는 행동을 보인다. 심지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상대방을 살리려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살리기 위해 친구를 배신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상대방이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등을 돌린다. 때로는 생존을 위해 상대방을 속이거나 이용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러한 요소들은 인간 본성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동행은 때로는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 내지만, 동시에 잔인한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관계를 맺을 때 어디까지가 진정한 우정이며, 어디서부터가 이익을 위한 동맹인가? 극한의 상황에서는 우리의 인간성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영화 속 아이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사회에서 우리가 맺는 관계들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정한 감정이며, 어디까지가 이익을 위한 선택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결론

영화 칠드런스 트레인은 집단이 형성될 때 개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극한 상황에서는 생존이 가장 중요한 사치가 되며, 이를 위해 개인적인 개성보다는 집단적 행동이 우선시 된다. 개성을 끝까지 유지하려는 시도도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쉽지 않으며, 종종 집단의 흐름 속에서 희미해진다. 이 영화는 어른이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지만, 점차 집단을 형성하고 리더를 세우며 규칙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사회와 유사한 형태의 질서가 만들어진다. 이는 인간의 사회적 동물입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동행의 개념은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맺어진 관계가 점차 감정적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반대로 처음에는 신뢰했던 관계가 극한의 상황에서 배신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복잡한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우리에게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