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봉일: 2017. 04. 26.
- 장르: 드라마
- 평점: 7.75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30분
- 감독: 박인제
- 주연: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문소리, 라미란
1. <특별시민> 속 변종구 시장 캐릭터
영화 <특별시민>에서 가장 강렬하게 각인되는 인물은 단연 서울시장 ‘변종구’이다. 그의 얼굴은 낯설지 않다. 우리가 뉴스 속에서, 혹은 실생활에서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권력자’의 얼굴이다. 겉으로는 시민을 위한 봉사자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권력을 지키기 위해선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불사하는 철저한 정치인의 본색이 숨겨져 있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변종구’라는 캐릭터는 현대 정치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 권력과 인간 심리의 기묘한 결합을 적나라하게 상징하는 인물이다.
변종구는 권력을 쥔 사람이 흔히 빠지게 되는 ‘권력 중독’ 상태의 인물이다. 이 중독은 단순히 “권력을 좋아한다”는 표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권력이 그의 삶 그 자체가 되어버린 상태, 다시 말해 권력을 내려놓는 순간 자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중증의 권력 의존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단지 시장직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정,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자기 확신이 계속해서 유지되길 바란다. 권력을 가지지 못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인식은 그가 점점 더 치밀하게, 더 무섭게 권력에 집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영화의 초반부터 변종구는 이미 두 번의 서울시장 임기를 마친 상태이며, 세 번째 도전을 준비 중이다. 그는 당당하게 재선을 넘어 3선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캠페인을 준비한다. 이 시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가 더 이상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시장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는 권력 중독자의 특징 중 하나로, 정책보다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에 두는 정치 스타일로 볼 수 있다. 본인의 업적을 강조하고, 시민에게 자신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게 만드는 방식은, 권력을 놓을 수 없는 이들이 가장 자주 선택하는 전략이다. 변종구의 권력 중독은 그를 비윤리적 행위로 이끈다. 상대 후보에 대한 음해, 내부 인물들에 대한 조종과 배신, 언론 플레이 등 권력을 지키기 위한 그의 행동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스스로 정의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을 정당화한다. “이게 다 시민을 위한 일”이라며 자신을 합리화하지만, 실상은 시민보다는 자신을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권력 중독에 빠진 정치인은 도덕과 책임을 '정치적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 변종구는 이를 극단적으로 구현한 인물이다. 그가 권력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지 직위를 잃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권력은 변종구에게 있어 정체성과도 같은 존재다. 그는 시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음으로써 자신이 특별한 시민임을 입증받는다. 영화 제목인 ‘특별시민’은 단지 서울이라는 특별시의 시장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변종구 스스로가 특별한 존재, 선택받은 인물이라고 여기는 자기중심적 사고의 표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그는 ‘특별한 시민’이기 때문에 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믿고, 권력을 유지해야만 ‘특별한 시민’으로 남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러한 사고는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다. 캠페인 전략가 박경과의 관계, 딸과의 관계, 심지어 스스로와의 내면적 갈등까지도 권력 유지라는 대전제 아래 희생되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는 약점이 되며, 약점은 곧 권력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늘 모든 사람을 통제하려 하고, 예측하려 하며, 상황을 조작하려 든다. 이 과정에서 그의 인간성은 점점 사라지고, 오직 '시장 변종구'만이 남는다. 그리하여 영화 후반부에 다다르면, 우리는 권력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변종구’가 얼마나 비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권력 중독의 무서운 점은, 그것이 철저하게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변종구의 선택들은 대부분 정치적으로는 ‘성공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그 성공은 철저히 인간성을 희생한 결과이며, 결국 자기 자신조차 소모해 버린 대가로 얻어진 것이다. 관객들은 그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그가 사용하는 방식이 얼마나 현실 정치에서 실제로 존재하는가를 직감하게 된다. 바로 그 지점이 영화 <특별시민>의 뛰어난 점이며, 변종구 캐릭터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이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변종구’들을 무심코 용인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 영화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이야기로만 볼 수 없다. 변종구는 오늘날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권력에 대한 집착, 자리에 대한 강박, 인정 욕구와 자기중심적 사고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는 한 명의 시장이자, 동시에 이 시대 권력자들의 집합적 초상이다. 특히 SNS, 이미지 정치, 미디어 프레임이 정치의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된 지금, 변종구는 그 어떤 이상도 정의도 없이, 오직 ‘승리’만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그의 존재는 불쾌하지만, 그 불쾌함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변종구는 결국 다시 시민들 앞에 선다. 모든 진실이 드러난 듯 보이지만, 그는 여전히 당당하고, 여전히 시장직을 향한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 그는 무너지지 않는다. 아니, 그는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련한 인물이다. 그의 멘털은 이미 정치 그 자체이고, 그의 사고는 철저히 권력 중심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특별한 시민’이 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선다. 그리고 관객은 충격 속에서 묻게 된다. 이 남자는 끝까지 나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일까?
이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한 물음으로 되돌아온다. 권력 중독의 정치인을 키우는 것은 누군가의 음모가 아니라, 다수 시민의 무관심과 체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별시민>은 변종구라는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정치의 풍경에 경종을 울린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 상식과 도덕은 점점 사라지고, 오직 권력만이 살아남는 시대의 풍자가 되어 버린다.
2. <특별시민> 공익과 사익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영화적 언어로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인 <특별시민>은 단순한 선거 드라마가 아니다. 이 영화는 정치인의 삶에 내재된 구조적 모순과 윤리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특히 공익과 사익이 공존하고 충돌하는 이중적인 정치인의 삶을 중심으로 깊은 문제의식을 던진다. 서울시장 ‘변종구’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는 현대 정치인의 얼굴이 단 하나의 정체성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그는 ‘시민을 위한 시장’이라는 공적인 얼굴을 가진 동시에, 자신의 정치 생명과 명예, 영향력을 지키기 위한 사적인 욕망을 감추고 있지 않다.
변종구는 영화 속에서 두 번의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고 3선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그의 표면적인 메시지는 분명하다. ‘서울시의 지속적인 발전’, ‘시민의 삶을 위한 봉사’, ‘안정적 행정의 연속성’ 등을 내세운다. 이는 전형적인 공익적 언어다. 언론 앞에서는 시민의 뜻을 받드는 자세를 견지하고, 공식 석상에서는 자신을 오직 ‘시민의 도구’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이 인물이 추구하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서서히 알게 된다. 그의 선거 캠페인은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전략적 전쟁에 더 가깝다.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인의 언행은 종종 사익과 분리되지 않는다. 특히 선거라는 극한의 경쟁 상황에서는 그 경계가 더욱 흐려진다. 변종구는 자신이 당선되어야 시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전제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이 명제는 얼핏 들으면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위험한 독단이다. 자신이 곧 공익이라는 사고는 정치인들이 사익을 정당화하는 가장 전형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변종구는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것이 사적인 이익이라는 자각조차 희미해진다. 변종구의 이중적인 삶은 그의 정치적 언어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드러난다. 그와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인물들—딸, 비서, 캠페인 총괄—모두 어느 순간 철저히 기능적 도구로 전락한다. 딸은 선거 전략상 동원될 수 있는 ‘가족 이미지’로만 활용되고, 캠페인 담당자 박경은 오로지 선거 승리를 위한 전술 수단일 뿐이다. 그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보다는 통제가, 존중보다는 활용이, 인간성보다는 효율이 우선된다. 정치인의 사적 욕망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바로 인간관계에서의 비인격화된 태도다. 그는 모두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본다. 또한 변종구는 언론을 활용하고, 정보를 조작하며, 내부 고발자조차 관리 대상으로 삼는다. 공익을 위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포장되지만, 실상은 자신의 커리어를 보호하고, 권력을 영속화하기 위한 행동들이다. 이처럼 공익의 탈을 쓴 사익 추구는 영화 속 정치인의 모든 언행에 스며 있다. 흥미로운 점은 변종구가 이 모든 과정을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내면에는 죄책감이나 윤리적 갈등이 거의 없다. 오히려 ‘정치란 원래 이런 것’이라는 냉소적인 확신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지점이 영화 <특별시민>이 던지는 가장 불편한 진실이다. 현실 정치에서도 우리는 종종 비슷한 장면을 목격한다. 선거철이 되면 모든 후보자들은 공익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이 진짜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결과가 말해준다. 영화 속 변종구가 실현하려는 공약은 구체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연임 그 자체가 곧 시정의 안정이라고 주장한다. 공약이 아닌 자기 자신을 팔고 있는 정치인, 그것이 바로 사익과 공익이 가장 기묘하게 얽히는 순간이다. 공익이라는 단어가 정치적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는 현실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날카롭게 드러난다. 이중적 삶은 정치인 개인에게도 큰 부작용을 남긴다. 변종구는 끊임없이 자신을 정당화해야 하며, 내부의 균열을 통제해야 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 과도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는 끊임없는 감시와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그의 사생활은 철저히 무너지고, 인간적인 관계는 모두 파괴된다. 이처럼 공익을 명분으로 한 사익 추구는 결국 정치인의 삶을 고립시키고, 인간성을 침식시킨다. 권력은 그 자체로 중독성이 강한 동시에, 극단적으로 파괴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리고 이 양면성은 결국 ‘이중성’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특별시민>이 돋보이는 이유는, 정치인의 이중성을 단순히 ‘나쁜 사람’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보다 구조적인 시각에서 접근한다. 정치인은 왜 사익에 끌리는가? 권력 시스템은 왜 이중적인 태도를 조장하는가? 유권자는 왜 이런 정치인을 계속 선택하는가? 이 모든 질문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병리 현상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변종구는 실존하는 누군가를 빼닮았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집단적 허상일 수도 있다. 그는 모든 정치인이 내면에 감추고 있는 그림자를 드러낸 인물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정치인의 이중적 삶은 허구가 아니라 현실에 가까운 묘사다. 오늘날 정치인은 공익을 말하지만, 결국 사익을 위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익은 단지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 명예, 권력, 영향력, 자기 확신 등 다양한 심리적 요소로 구성된다. 문제는 이런 사익 추구가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은폐되면서, 그 자체로 면죄부를 얻는다는 점이다. <특별시민>은 이 면죄부의 허구성을 냉철하게 파헤친다. 마지막 장면에서 변종구는 시민들 앞에 다시 서고, 또 한 번 거짓 없는 척 마이크를 잡는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공익을 위해 일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혹은 그렇게 믿는 척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은 이미 알고 있다. 그의 삶은 공익과 사익이 얽히고설킨, 본질적으로 분리 불가능한 정치인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이중성은 단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정치의 민낯이라는 점에서 더 깊은 공감을 남긴다.
<특별시민>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정치인을 선택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정치 시스템을 용인하고 있는가? 정치인의 이중성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선택과 침묵이 만든 결과물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정치와 윤리, 공익과 사익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3. 지도자의 위기관리 능력
정치는 끊임없는 갈등과 돌발 변수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가장 복잡한 게임이다. 특히 현대 사회의 정치 리더는 단지 정책을 제시하는 행정가의 역할을 넘어서,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속에서 조직과 대중을 이끄는 위기관리자(Crisis Manager)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영화 《특별시민》은 이러한 현대 정치 리더의 조건을 매우 극적으로 드러낸다. 단순히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 아니라, 위기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진정한 자질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서울시장 변종구라는 인물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별시민》의 핵심은 선거라는 극한의 경쟁 상황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이다. 이 전투의 중심에는 3선에 도전하는 현직 시장 변종구가 있다. 그의 캠페인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많은 위기 요소들이 등장한다. 미디어 공격, 내부 고발, 개인 스캔들, 캠프 내부의 배신, 딸과의 갈등, 예상치 못한 여론의 움직임 등, 그가 통제할 수 없거나 통제해야만 하는 상황이 연달아 이어진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변종구는 한 정치인이 얼마나 다양한 선택지 앞에 놓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는 그의 본질을 드러낸다. 영화 속 변종구는 처음에는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주변 참모의 의견을 수용하거나 전략적 협상을 벌이기도 하지만, 위기가 겹겹이 쌓이고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면 극단적으로 통제 중심의 리더십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는 기자를 매수하거나, 내부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필요하다면 비열한 방법으로 상대를 제거하려 한다. 이때부터 그의 위기 대응은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개인의 정치 생명 보호에 집중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리더십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실제 정치 현실에서도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은 단순한 ‘말솜씨’나 ‘홍보력’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전염병 확산, 대규모 사고, 정책 실패, 사회 갈등 같은 사안들이 터졌을 때, 지도자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동시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변종구는 위기를 시민과 함께 나누고 해결하려는 모습보다는, 위기를 통제하고 덮으려는 권력자의 전형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는 위기를 하나의 '리스크'로 간주하며, 이를 제거하거나 조작함으로써 선거에 불리하지 않게 만드는 데만 집중한다. 이처럼 위기를 감추는 방식의 리더십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게 만든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변종구의 이중성이 드러나고, 언론과 내부 인물들의 반발도 점점 거세진다. 위기를 정면 돌파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왜곡했던 그의 리더십은 결국 자기모순과 도덕적 파산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지도자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곧 그 사람의 철학과 도덕성, 그리고 정치적 실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흥미로운 점은, 변종구가 단순히 악역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때로는 매우 영리하고 유능하게 위기를 관리하며, 위기에 몰린 순간에는 오히려 강한 추진력과 결단력을 보이기도 한다. 이 점에서 그는 현실 정치인의 모습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반영한다. 그에게는 분명한 리더십 역량이 있지만, 문제는 그것이 도덕적 방향성을 결여한 채 오직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도자의 위기관리 능력이 존재하되, 그것이 공동체의 안정이나 시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리더십을 단순히 성공과 실패의 결과로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리더의 자세, 선택, 언어, 행동 방식이 핵심이다. 변종구가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은 철저히 전략적이고 계산적이다. 그에게 위기는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일종의 퍼즐이다. 감정적 공감보다는 이미지 회복, 실질적 진실보다는 프레임 전환이 그의 주된 방식이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려는 고전적인 정치 전략을 구사하지만, 문제는 그 모든 과정이 진정성 없는 외형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관객은 이러한 장면을 통해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좋은 지도자는 단지 위기를 피하지 않고 맞서는 사람일까? 아니면 위기 속에서도 공정함과 원칙을 잃지 않는 사람일까? 영화는 어느 쪽에도 확답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변종구의 선택을 보여주며, 그것이 만들어내는 결과와 파장을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지도자의 위기 대응이 결국 공동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결국 영화 《특별시민》은 ‘위기’라는 장치를 통해 정치 리더십의 민낯을 드러낸다. 지도자는 단순히 능력 있는 인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시민과의 신뢰, 내부 팀과의 소통,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의 공공성 유지라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갖춘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영화는 변종구의 행보를 통해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경고한다. 오늘날 정치인은 언젠가 반드시 ‘위기’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때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단지 개인의 정치 인생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방향까지도 좌우한다. 《특별시민》은 선거라는 흥미로운 배경 안에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을 치밀하게 배치하며, 위기관리 능력이 단지 기술적인 능력이 아니라 지도자의 인격과 철학,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까지 포함하는 자질임을 강조한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우리는 누군가를 지도자로 선택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미지? 스피치 능력? 스펙? 그보다 중요한 건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시민을 바라보는 시선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바로 그런 리더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특별한 시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