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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연의 진실, 장거리 연애, 커리어

by borybory-click 2025. 11. 10.

영화 &lt;패스트 라이브즈&gt; 관련 사진

  • 개봉일: 2024. 03. 06.
  • 장르: 드라마, 멜로
  • 평점: 7.50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5분
  • 감독: 셀린 송
  • 주연: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1.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보여주는 인연의 진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는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익숙한 단어를 빌려 우리 삶의 깊숙한 감정들을 끄집어내고, 그 안에 숨겨진 '인연'이라는 개념을 되묻는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두 사람이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는 이 단순한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감정의 파동과 질문이 숨어 있다. 영화는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 선택, 그리고 인연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주인공 노라와 해성은 서울에서 함께 자라다가 이민이라는 현실 속에서 각자의 삶으로 흩어진다. 다시 만났을 때, 둘은 같은 시공간에 있지만, 결코 완전히 함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을 통해 '인연'이라는 개념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연은 단지 다시 만나는 우연이나 필연의 문제를 넘어, 그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 영화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감정의 절제가 감정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든다는 점이다. 노라와 해성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데 매우 조심스럽다. 그 감정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이 격렬한 언어로 표현되거나 눈물로 폭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긴 침묵과 조용한 시선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보여주는 ‘인연의 진실’이다. 인연은 말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 깊이 남아 있는 어떤 감정의 흔적,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인연의 실체다. 노라는 캐나다와 미국에서 성장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작가로서 자아를 구축하고, 미국인 남편과의 관계 속에서 안정된 일상을 영위한다. 반면 해성은 한국에 남아 한국적인 삶을 살아간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며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오지만, 과거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이런 설정을 통해, 인연이 단지 시간이나 공간의 문제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감정의 재회라기보다는 삶과 삶이 만나는 지점에서 오는 낯섦과 익숙함의 교차다. 또한, 영화는 노라와 해성이 이루지 못한 사랑을 미화하거나 비극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의 삶을 존중한다. 이 점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감정적 공감을 유도하기보다는, 보다 성숙한 시선으로 인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간 인연을 떠올릴 수 있다. 다시 만난다고 해도 모든 것이 처음처럼 돌아갈 수는 없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연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삶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연을 운명으로 규정짓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그 인연이 각자의 삶에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추억, 헤어진 이후의 공백, 그리고 다시 만난 지금까지 이어진 그 감정의 흐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두 사람의 삶에 녹아 있다. 이런 서사는 우리가 흔히 보는 사랑 이야기와는 다르다. 이 영화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반드시 연인으로 귀결되어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때로는 이루지 못한 인연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그 감정을 정리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감독 셀린 송은 이민자이자 여성으로서의 시선을 영화 전반에 녹여냈다. 그녀는 노라라는 인물을 통해 '경계인'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한국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미국에 사는 사람, 과거를 기억하지만 현재에 충실한 사람, 그 중간 어딘가에 서 있는 인물. 노라는 그 자체로 두 세계 사이를 잇는 다리이며, 바로 이 중간지대에서 관객은 수많은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그녀는 선택을 강요받지 않는다. 사랑과 커리어, 과거와 현재, 정체성과 자유 사이에서 어떤 것도 완벽하게 선택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받아들인다. 이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말하는 인연의 진실이 아닐까. 더불어 <패스트 라이브즈>는 시대적인 감성도 잘 반영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SNS 시대에, 즉각적인 관계와 감정의 표현이 주를 이루는 현대 사회에서 이 영화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감정은 단순히 좋아요 하나로 표현될 수 없으며,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감정은 더 깊고 복합적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히 전하고 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많은 관객에게 여운을 남기고, 이 영화가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인연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보편적이다. 특정 나라, 세대, 성별을 넘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감정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 중 일부는 스쳐 지나가고, 일부는 다시 돌아오며, 또 일부는 영원히 남는다. 그리고 그 모든 인연은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는 퍼즐 조각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 복잡한 감정의 구조를 단순한 이야기 속에 담아내며,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라는 해성을 집 앞까지 배웅하고, 해성은 홀로 숙소로 돌아간다. 아무 말 없이 뒤돌아가는 그의 모습과, 조용히 그를 바라보는 노라의 눈빛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두 사람은 다시 각자의 길로 돌아가지만, 그 인연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제 삶의 일부가 되었고, 언젠가 돌아봐도 여전히 아름답게 남아 있을 기억이다. 영화는 끝났지만, 관객의 마음속에서는 그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

이처럼 <패스트 라이브즈>는 감정의 과잉이 아닌 절제를 통해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리고 그 울림 속에서 우리는 '인연'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단지 누군가와 다시 만나는 것을 넘어서, 그 만남이 내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내가 그 인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할지를 되묻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인연의 진실이다.

 

2. <패스트 라이브즈> 속 장거리 연애

연애는 언제나 두 사람 사이의 거리와 온도, 그리고 리듬을 맞추는 과정이다. 이 중에서도 ‘거리’라는 요소는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감정적·시간적 간극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특히 장거리 연애를 하는 커플에게 있어 이 '거리'는 단지 지리적 간격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행기로 몇 시간을 날아야 하는 거리보다 더 먼 것이 있다. 그것은 서로의 일상과 속도, 감정의 타이밍이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거리감’이다. 눈앞에 없어도 계속 마음속에 있어야 하는 관계, 바로 장거리 연애는 그런 종류의 사랑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은 시공간을 초월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연애는 그렇지 않다. 사랑은 일상을 공유하면서 점점 더 깊어지고, 함께 보내는 사소한 순간들이 쌓이면서 관계의 무게가 생긴다. 그런데 장거리 연애는 그 ‘일상 공유’의 기회를 극단적으로 제한한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안고 싶을 때 안아줄 수 없으며, 말하고 싶은 순간에도 시차나 업무, 피로감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반복된다. 이때 생겨나는 감정적 거리감은 서서히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다. 이것이 바로 물리적 거리보다 더 위험한 ‘시간의 거리감’이다. 특히 각자가 속한 환경과 리듬이 다를 때, 이 시간의 간극은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한국에 살고, 다른 한 사람이 미국에 살고 있다면 그들은 시차 13시간에서 16시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차를 극복해야 한다. 낮과 밤이 반대이고,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엇갈린다. 한 사람이 하루를 시작할 때 다른 한 사람은 잠에 들 준비를 한다. 하루의 리듬이 서로 다르면 감정의 연결고리 또한 점점 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메시지 교환을 넘어서 서로의 일정을 맞추고 배려하는 의식적인 노력의 연속이 된다. 이러한 시간의 거리감은 결국 감정의 ‘비동기화’로 이어진다. 사랑은 동기화되어야 유지되기 쉬운 감정이다. 상대방이 외롭거나 힘든 순간에 옆에 있어주지 못하면, 그 빈 공간을 다른 무언가가 채우게 된다. 때로는 친구, 취미, 일이 그 공백을 채우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감정이 스며들기도 한다. 장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향한 감정이 ‘동시에’ 타오르고 식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한다. 한 사람이 여전히 그리움과 애정을 느낄 때, 다른 한 사람은 일상에 치여 감정이 무뎌져 있는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두 사람의 온도 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장거리 연애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상상력’이다.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떤 기분일지,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를 상상하고 추측하며 관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 상상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역할을 하지만,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면 불안과 의심으로 변질되기 쉽다. 특히 상대방의 일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수록, 신뢰보다는 불안이 커진다. SNS 활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응답이 느린 메시지 하나에도 수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된다.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는 결국 피로를 낳고, 관계를 점점 약화시킨다. 장거리 연애에서 가장 힘든 것은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일반적인 연애는 갈등이 생겨도 "우리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는 말로 정리를 시도할 수 있지만, 장거리 연애는 그조차 어렵다. 실시간으로 통화하거나 영상을 통해 얼굴을 볼 수 있는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것이 진짜 ‘함께 있음’의 감각을 대신할 수는 없다. 결국 서로의 마음이 점점 멀어지는 상황에서 그것을 붙잡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이 장거리 연애의 가장 큰 약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거리 연애가 모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커플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노력으로 이 거리감을 극복해 낸다. 오히려 거리가 있음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애틋함과 감사함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매일 보는 대신, 한 번의 만남에 더 많은 의미를 담는다. 자주 연락하지 못하는 대신, 깊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에 더 몰입한다. 장거리 연애는 일상의 연애와는 다른 방식의 노력과 이해를 필요로 하며, 이는 곧 관계에 대한 진정성과 집중력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장거리 연애를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기대 관리’다. 상대방에게 무리한 기대를 걸지 않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하루에 몇 번 연락을 주고받을 것인지, 중요한 일정이나 기분 변화가 있을 때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등,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합의를 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처럼 구체적인 루틴을 통해 관계에 일관성을 부여하면, 예기치 못한 감정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장거리 연애는 '미래 계획'이 분명해야 한다. 언젠가 함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그 불확실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다. "언제쯤 내가 갈 수 있을 거야", "이 시점 이후엔 같은 도시에 살게 될 거야" 같은 구체적인 약속이 없다면, 관계는 막연함 속에 지쳐가게 된다. 사람은 희망이 있을 때 더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다. 그리고 그 희망이 구체적일수록 감정의 지속력은 커진다. 이는 장거리 연애에 있어 시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시간과 거리, 이 두 가지의 틈을 메우는 데 있어 ‘감정의 동기화’와 ‘신뢰’, 그리고 ‘명확한 계획’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랑은 막연함 속에서도 피어나지만, 현실적인 관계는 그 막연함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따라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장거리 연애는 단순히 거리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감정의 속도를 맞춰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끊임없는 관심에서 비롯된다. 현대 사회에서 장거리 연애는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 유학, 이민, 출장, 원거리 채용 등 다양한 이유로 연인이 다른 도시에 혹은 다른 나라에 머무는 일이 흔해졌다. 그만큼 이러한 관계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며, 기존의 연애관념이 아닌 새로운 감정의 문법을 배워야 할 시기다. 이제 사랑은 ‘같은 곳에 있음’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 있어도, 다른 시간을 살고 있어도, 마음만은 함께할 수 있는 방식이 존재한다. 그것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결국 장거리 연애를 성공으로 이끄는 데 있어 핵심은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느냐, 얼마나 솔직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미래를 함께 상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매일 함께하지 않아도 서로를 향한 감정을 지키고, 불안보다는 믿음을 선택하며, 거리보다 마음을 우선할 수 있다면, 장거리 연애는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자 관계의 깊이를 더하는 여정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시간의 거리감은 줄어들고, 비록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더 가깝게 느끼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3. 연애보다 커리어

어느 시대나 삶의 우선순위는 달라진다. 그리고 지금의 2030 세대는 ‘사랑’보다는 ‘성장’을, ‘연애’보다는 ‘커리어’를 택하는 선택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나 개별적인 성향의 변화라기보다, 시대적 환경과 문화, 경제 구조,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철학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연애는 사치다’, ‘연애할 시간에 일이나 하자’는 말이 더 이상 유머처럼 들리지 않고, 일종의 현실 감각으로 자리 잡은 지금, 많은 젊은 세대는 ‘사랑보다 생존’, ‘이해보다 자기 계발’을 우선시하며 살아간다.

지금의 20대와 30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혹독한 경쟁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IMF 이후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이 일상이 되었고,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시대를 겪었다. 이런 경험 속에서 사랑은 더 이상 인생의 필수 요소가 아니라, 여유가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경제적 독립과 자기 삶의 주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애는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더 이상 누군가의 기대나 사회적 관습 때문에 연애를 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고, 스스로의 성장과 성취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흐름은 특히 커리어를 중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더 나은 직무와 연봉, 위치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연애가 그 여정에 있어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느낀다. 누군가의 감정을 배려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분산해야 하는 관계는 오히려 개인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인식이 많다. 실제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직장인이나 프리랜서,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연애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루하루가 경쟁이고 전투인 사람들에게 연애는 감정적인 낭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특히 SNS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커리어와 삶을 브랜딩 하려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연애하는 사람’보다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더 매력적으로 소비되는 경우도 많다. 혼자서도 충분히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 연애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사람, 사랑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향을 지켜가는 사람. 이들은 ‘혼자여도 완전한 존재’라는 새로운 관계의 이상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애가 더 이상 완성의 상징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옵션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다. 이런 경향은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연애보다 커리어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이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연애를 통해 정체성을 증명하거나,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줄어들면서, 남성들 역시 연애보다는 자기 삶의 기반을 먼저 다지고 싶어 한다. 특히 경제적 여건이 불안정한 경우, 연애를 시작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트 비용, 결혼 비용,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은 젊은 남녀 모두에게 부담이지만, 남성에게는 여전히 무언의 기대와 책임감이 요구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더 큰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연애보다 커리어를 택하는 세대의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가치관 문제를 넘어선다. 이들은 인간관계의 구조 자체를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세대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연애나 결혼이 삶의 안정과 소속감을 보장해 주는 제도적인 장치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되기도 한다. 특히 MZ세대는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삶을 간섭하지 않고도 연결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애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것이 나의 성장을 방해한다면 과감히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용기를 갖춘 이들이 많아졌다. 물론 모든 사람이 연애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적당한 나이에는 연애를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는 전제가 더 이상 보편적인 규범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의 세대는 연애를 선택하지 않아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 10년을 결정한다’는 인식 아래, 감정적 만족보다 현실적 성장에 집중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코 사랑을 부정하거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시기별로 우선순위를 조절하고 있는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더불어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통이 일상이 되면서 연애의 의미도 많이 바뀌었다. 오프라인 데이트보다 메신저, 영상통화 등 온라인 중심의 소통이 늘어나면서 관계의 깊이보다는 가벼운 연결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진지한 관계를 시작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그럴 바에야 혼자가 낫다’는 인식이 퍼졌고, 그 시간과 에너지를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실제로 커리어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지금은 연애를 해도 진심을 다하기 어렵다", "상대방에게 미안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연애를 유예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애보다 커리어를 택하는 사람들은 삶의 안정성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감정에 휘둘리는 관계보다는, 자신의 기반을 다지고,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를 만드는 데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여기에는 불확실한 시대에 대한 불안감도 한몫한다.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 정해진 인생 경로가 사라진 사회에서 연애는 오히려 위험 요소처럼 느껴질 수 있다. 감정에 몰입하면 일을 놓치고, 관계에 무너지면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험은 한 번만 겪어봐도 그 여운이 오래간다. 그래서 이들은 '무너지지 않는 삶'을 설계하려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자신이 존재한다. 이러한 삶의 선택은 점점 더 다양한 콘텐츠와 커뮤니티에서도 나타난다. 혼자 사는 삶, 혼자 여행하는 삶, 혼자 일하는 삶을 주제로 한 책, 영상, 다큐멘터리가 많아졌고, 그 속에서 연애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있으면 좋은 것'으로 다뤄진다. 특히 여성 중심 콘텐츠에서는 연애로부터 자유로운 삶, 남성 중심 콘텐츠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몰입의 삶이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연애하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결국 연애보다 커리어를 택한 세대는 ‘사랑하지 않는’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해, 지금은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세대다.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의미 있고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연애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순서를 바꾸었을 뿐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보다 나와의 관계를 먼저 돌보는 이들, 그들의 선택은 더 이상 비정상도, 이례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세대가 선택한 가장 현실적이고 건강한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