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라인드> 확장된 감각, 몸의 기억, 느린 호흡
개봉일: 2021. 01. 14.장르: 드라마평점: 9.35등급: 15세 이상 관람러닝타임: 103분감독: 타마르 반덴 도프주연: 요런 셀 데 슬라흐츠, 핼리너 레인, 카테리네 베르베케, 얀 데클레어 1. 결핍이 아닌 확장된 감각시각장애를 다룬 영화는 흔히 한 가지 서사로 귀결된다. 누군가가 눈을 다치거나 실명하게 되고, 이후 그 결핍 속에서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묘사하는 구조다. 대부분의 경우, 시각을 상실한 인물은 고통과 혼란, 무력감에 빠지고, 타인의 도움으로 점차 회복하거나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같은 서사 구조는 관객에게는 감동을, 주인공에게는 ‘승리의 서사’를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본질은 시각장애를 여전히 결핍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202..
2025. 6. 3.
영화 <베스트 오브 미>고향이라는 감옥, 물과 불, 낡은 집
개봉일: 2015. 06. 18.장르: 드라마, 멜로평점: 7.58등급: 15세 ㅇ상 관람가러닝타임: 116분감독: 마이클 호프만주연: 미셸 모나한, 제임스 마스던, 라이아나 리버라토, 루크 브레이시 1. 속 루이지애나의 고향이라는 감옥영화 《베스트 오브 미(The Best of Me)》는 단순한 첫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더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다. 이야기의 중심은 도슨과 아만다라는 두 인물의 사랑에 있지만, 그 배경에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라는 뚜렷한 공간적 정체성이 존재한다. 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루이지애나는 두 사람의 삶을 규정짓는 ‘환경’이자, 특히 도슨에게는 ‘감옥’처럼 기능한다. 영화가 말하는 사랑과 이별, 상처와 회복의 이야기는 바로 이 루이지애나라..
2025. 6. 2.
영화 <원 데이> 감정의 시간차, 사진, 타이밍
개봉일: 2012. 12. 13.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평점: 8.35등급: 15세 이상 관람가러닝타임: 107분감독: 론 쉐르픽주연: 앤 해서웨이, 짐 스터게스 1. 감정의 시간차《원 데이(One Day, 2011)》는 표면적으로는 로맨스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시간과 감정의 교차에 대한 매우 섬세한 심리 드라마다. 매년 7월 15일이라는 단 하루의 장면을 20년간 따라가며, 영화는 두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보다, 그들이 같은 시간을 어떻게 다르게 살아냈는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건 사건이 아니다. 인물들이 그 해의 7월 15일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는가, 그 감정의 진폭이다.시간은 늘 같지만 감정은 다르다. 데스턴과 에마는 해마다 같은 날을 맞이하면서도, 마음은 매..
2025. 6. 2.